세계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중국의 불확실성이 환율전쟁을 촉발할 조짐이다.
중국 증시의 급격한 변동 장세와 경기 둔화 우려로 신흥국에서의 자금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그동안 왕성한 식욕을 자랑했던 중국의 경기가 둔화하면서 원자재 수요도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에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러시아 콜롬비아 같은 자원 수출국의 통화 가치가 미국 달러에 대해 기록적인 약세를 보였다.
이날 인도네시아 통화인 루피아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1998년 8월 이후 17년 만의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브라질 헤알 역시 1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흥국에 포함되진 않으나 중국과 무역이 활발한 호주 달러 역시 약 6년2개월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미국 달러에 대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화폐 가치는 각각 12.2%, 19.8%, 27.3% 하락했다.
영국 RBS는 “외환시장의 차기 리스크는 중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이라며 “예측할 수 없는 중국증시의 변동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는 “외환시장은 투자 심리에 대한 선도자 역할을 한다”며 “시장의 슬럼프는 주식 및 채권 시장에서의 극심한 매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브라질, 터키, 러시아 등에서 정부와 기업의 차입 비용 증가로 올 초부터 지금까지 올해 MSCI 신흥국지수가 10.9%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자국 통화 가치의 하락이 가속화되자 해당국들은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막고자 외환시장에서 링깃을 매수하고 외환을 매도하는 식으로 개입했다. 다만, 지난 15일 기준 말레이시아의 외환보유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상태로 중앙은행의 개입 여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인도네시아와 호주 역시 올 상반기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는 자국 통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을 높여 경제 회복을 뒷받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약 10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증폭되는 것도 신흥국에서의 자금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로드 신흥시장 분석가는 “연준은 항상 존재하는 위험이었다. 현재의 강한 미국 경제지표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초 미국 달러화의 종합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실효환율은 2003년 4월 이후 1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증시 폭락과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관측이 함께 맞물리며 달러에 대한 매수세를 형성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