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하락으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해외진출에 드라이브를 건 국내 은행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국내 은행들이 대거 진출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지 금융회사들 마저 적극적 인수합병(M&A) 보다 비은행 강화에 주력하며 대형화 작업에 한발 물러서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신흥국 진출 전략이 재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올해 8% 하락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이 와중에 외환보유액도 올 6월 기준 108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더욱이 올해 1분기 GDP 경제성장률은 4.71%에 머물렀다. 지난 2009년 3분기 이래 최저치다.
사정이 이렇게되자 현지 대형은행인 뱅크센트럴아시아(BCA)도 소형은행 인수를 중단하고 자회사인 보험, 증권, 멀티파이낸스, 이슬람금융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M&A를 통한 대형화 작업을 중단하고 비은행 역량강화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인수를 통해 해외진출에 드라이브를 건 신한, 우리 등 시중은행들에게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센트라타마내셔널뱅크(CNB) 지분 75%를 인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3년 4월에도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BME) 지분 40%의 인수한바 있다.
우리은행은 이보다 앞선 2012년 6월에 소다라은행(Bank Saudara, 지분 33%) 지분 33%를 넘겨받았다.
오는 9월 통합을 앞두고 있는 하나ㆍ외환은행은 경우에도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 현지법인간 통합을 마무리하고 추가 증자를 단행했다.
명실상부 4대 금융지주로 들어선 NH농협금융도 인도네시아 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김상진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통화가치 하락, 성장률 둔화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현 상황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이 M&A를 통한 몸집불리기 보다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우회적인 방법으로 시장공략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수석연구원은 "인도네시아 감독당국은 금융소외자를 위한 금융포용 정책 일환으로 무점포 은행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비즈니스 활성화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자카르타 등 대도시내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동부지역을 공략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