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 업체의 글로벌 위상에 대한 중국 기업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은 스마트폰에 이어 TV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며 세트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샤프는 지난달 31일 중국 가전 회사 하이센스에 멕시코 TV 생산공장과 브랜드, 판매권한을 모두 양도한다고 밝혔다. 샤프는 지난해 유럽 시장 철수에 이어 북미 TV 사업을 접고 성장성이 큰 중국 시장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샤프의 잇따른 TV 사업 철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 업체들에게도 위기의 시그널이다. 샤프는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 TV 시장을 주도했던 기업이기 때문.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에 주도권을 내주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의 저가공세에 밀리면서 샤프의 TV 사업은 점차 축소됐다.
현재 글로벌 평판 TV 시장에서의 국내 기업의 영향력은 확고하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29.2%의 점유율(매출기준)로 9년 연속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프리미엄 TV 수요가 높은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는 경쟁 업체와 격차를 더 벌린 각각 35.4%, 39.7%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현재로써는 북미와 유럽 평판 TV 시장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중국 업체는 없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 등을 포함한 신흥국에서의 국내 업체 점유율은 감소 추세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신흥국 평판 TV 시장 점유율(매출기준)은 지난해 1분기 22.1%에서 지속 감소해 올해 1분기에는 17.8%까지 낮아졌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점유율이 17.2%에서 15.8%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 업체 TCL은 6.9%에서 7.8%로, 하이센스는 6.5%에서 7.7%로, 스카이워스는 5.7%에서 7.4%로 각각 점유율이 상승했다.
스마트폰이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에서 입지가 약화되면서 전반적인 경쟁력이 약해진 것을 고려하면 신흥국 TV 시장 점유율 축소는 국내 전자 업체에 대한 경고음이란 분석이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국의 저가폰 공세로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는 현지 업체인 샤오미(15.8%)다. 이어 화웨이(15.4%), 애플(12.2%), 비보(8.1%), 삼성전자(8% 미만 추정) 순으로, 상위권 내 세 곳 모두 중국 업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의 추격이 거세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는 21.2%(출하량 7190만대)의 점유율로 1위를 지켰지만 출하량과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들었다. 이와는 반대로 3위와 4위를 차지한 중국 업체 화웨이(9%·3050만대)와 샤오미(5.8%·1980만대)는 같은 기간 출하량을 각각 50%, 31.1% 늘리며 시장 지배력을 크게 확대했다.
업계는 TV 시장이 스마트폰 시장과 마찬가지로 포화상태에 이른 점이 중국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스마트폰 기술 상향평준화가 합리적 가격과 실용적 기능을 갖춘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을 키운 것처럼, TV 시장도 수요를 불러일으킬 새로운 기술과 기능 발굴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은 TV 시장은 주력 제품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며 “중국산 저가 제품이 이미 시장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만큼, 국내 업체는 판매 수량보다 판매 금액에 초점을 맞춰 수익성을 높이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