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구제금융 협상 타결을 이뤄낸 그리스와 국제채권단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여전히 맴돌고 있다.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은 11일(현지시간) 3년간 850억 유로(약 110조3600억원)를 지원하는 구제금융 실무협상에 마침내 합의했다. 당초 논의했던 860억 유로보다 10억 유로 낮춘 액수다.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은 이번 회의에서 그리스의 올해 기초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GDP의 0.25%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흑자 규모는 내년 GDP의 0.5%, 2017년 1.75%로 각각 늘리기로 했다. 또한 사회복지체계 개편, 에너지시장 규제 완화 등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사전 조치 35건에도 뜻을 같이했다. 이에 그리스는 13일 밤 의회 승인을 위한 표결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문제는 그리스를 제외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회원국들의 동의 여부다. 특히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와 협상할 여지를 남겨 둘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추측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 집행위는 협상 타결 직후 정례 브리핑에서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 실무진의 기술적 차원에서 타결된 것으로 아직 정치적 합의를 이룬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해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의 회의에 앞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에 전화를 걸어 “협상할 시간을 더 가졌으면 한다”며 “브릿지론이 그리스의 침체된 금융 환경에 숨을 불어 넣어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독일은 당초 그리스에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보다 단기간 브릿지론(단기차입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FT는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 구제금융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 기독민주당(CDU), 기독사회당(CSU)을 설득하기위해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의회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독일이 포함된 만큼 메르켈 총리가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독일 의회가 이달 20일까지 승인 절차를 마무리 짓지 못한다면, 이는 다른 유로존 회원국 의회 절차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결국, 한숨 돌렸던 그리스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UBS웰스매니지먼트의 딘 터너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이 마침내 합의했지만, 아직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