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하에 국내 증시가 들썩였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는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달러 강세로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이탈하고 있다. 이른바 총성 없는 환율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3일 연속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지난 11일 위안화 고시환율은 1달러당 6.2298위안으로 조정해 위안화 가치를 1.9% 내렸고, 12일 1.62%, 13일 1.11% 추가 절하했다.
국내증시도 즉각 반응했다. 이틀째인 12일 위안화 평가절하 소식에 원·달러 환율 수혜가 예상되는 자동차주가 급등하고, 소비 관련주인 화장품주가 급락하는 등 업종별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전거래일보다 각각 5.04%, 5.35% 상승했고,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각각 6.23%, 3.26% 떨어졌다.
사흘째인 13일 위안화 가치를 재차 떨어뜨리자 비로소 위안화 충격이 줄어들었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변동성은 이번 조치로 점차 축소될 것이며 시장도 단기적 충격에서 벗어나 위안화 절하로 인한 수혜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엔저 정책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엔화 양적 완화와 엔화 가치 절하를 통해 수출 경기를 진작시키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2013년과 2015년 5월 사이 원화가 달러화 대비 0.3% 평가 절상되는 동안 엔화는 19.1% 평가 절하됐다.
일본의 엔저정책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일본과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 운송, 섬유, 금속, 기계, 전자 등 대부분 주력 업중에서 한국의 수출 가격 경쟁력은 일본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
한·일 간 수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자동차산업의 경우 일본의 수출 가격은 아베노믹스를 시작한 2013년 9.1%, 2014년 2.9%, 2015년 1분기 8.1% 하락해 상대적으로 한국 제품에 비해 경쟁력을 얻었다.
철강재 수출도 둔화돼 지난 4월 국내 철강재 수출 증가율은 -6.0%를 기록했지만 일본은 15.6% 성장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에 따른 일본 회사들의 가격 경쟁력 확대는 분명 한국 업체들에는 없는 무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위안화 절하와 하반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예상에 따른 환율의 가파른 상승세다. 지난 4월 29일 1달러당 1068.10원을 기록한 후 상승해 지난 12일 1182.60원으로 상승했다. 불과 100여일 만에 10.72% 급등세를 보였다.
강달러는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가속화시켜 자본시장에 악재로 작용하지만 수출기업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원·엔 환율의 영향도 지켜봐야 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1년간의 달러 환율 상승기에도 수출주가 내수주보다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며 “이는 엔저 현상이 수출주 강세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