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강간혐의 여성' 유죄 나올까… 직접 수사한 형사 인터뷰

입력 2015-08-2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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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미수를 염두에 두고 시작된 수사였습니다. 강간미수로 사건이 주목받는 걸 보고 형사들끼리는 우리가 수사를 잘못했나 싶어 술을 마셨어요."

21일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강간미수죄 정범으로 기소된 전모(45)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가운데 증인으로 출석한 관악경찰서 강력4팀 소속 박재순 형사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이동근 부장판사)는 이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상 집단 흉기 등 상해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박 형사는 증인심문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성이 성범죄 가해자가 되는 사건을 처음 맡게 된 당혹스러움을 털어놨다. 박 형사는 "성범죄는 여성이 항상 약자 혹은 피해자라고 인식하는 선입견을 깨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강간사건은 사건의 특성상 (당사자 간의 내밀한 영역이라) 증거가 없어요. 여성이 약자 혹은 피해자가 여성으로 인식되는 만큼 초동수사 때 여성의 말을 100% 신뢰하고 봅니다. 나중에 거짓말 탐지기, 대질심문 등을 통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나더라도요."

박 형사는 일선에서 수사하는 형사들이 개정된 형법을 지켜본 시각도 털어놨다. 우리 형법은 강간죄 피해자를 '부녀'로 제한했다가 2013년 6월 개정되면서 남성도 강간죄 피해자 범위에 넣었다. 그는 "형법이 개정된 것을 보고 약 아니면 술이 계기가 되면 모를까 여성이 가해자가 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첫 사건이 저희한테 올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박 형사는 수사단계에서 긴급체포하려고 전씨의 집을 찾았다가 임의동행으로 바꾼 사실을 후회했다. 박 형사는 전씨의 체구가 가해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왜소하고, 피해자의 일방 진술만으로 상황을 판단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함께 간 형사들과 전씨를 임의동행하기로 결정했다. 수사단계에서 불안함을 느낀 전씨는 경찰에서 수차례 피의자신문을 받던 도중 잠적해 수사가 난항을 겪기도 했다.

이날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심문에 지친 박 형사는 "전날 당직근무를 마치고 한숨도 자지 못했다"며 피곤한 얼굴로 돌아갔다.

이날 열린 재판은 형법이 개정된 뒤 처음으로 여성이 남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것이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씨에 대해 유죄판결이 내려진다면 공범이 아닌 여성이 강간 혐의로 형을 선고받는 첫 사례가 된다. 종전에는 여성이 남성을 강제로 성폭행 하더라도 강제추행죄나 폭행죄로 처벌될 뿐, 강간죄로 처벌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에 대한 재판은 20일과 21일 이틀간 진행되며, 결론은 21일 밤 늦게나 나올 전망이다.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던 전씨는 2011년 자전거 동호회에서 유부남 어모씨(51)를 만나 내연 관계로 발전했다. 지난해 7월 어씨가 돌연 이별을 통보하자, 전씨는 어씨가 마시는 홍삼액에 수면제를 탄 뒤 손과 발을 묶고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하면서 둔기로 어씨의 머리를 내리친 혐의로 4월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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