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조희연의 ‘사이버 병문안’ 캠페인

입력 2015-09-0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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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경제국장 

한국은 자타공인 활의 나라다. 그래서 고래로부터 내로라하는 신궁이 모름지기 한 사단은 된다. 하지만 굳이 일인자 신궁을 꼭 가리라고 한다면 다수는 이성계를 꼽을 것이다. 날래디 날랜 원나라 병사 70명이 고려군을 공격하자 어느 곳에선가 홀연히 그가 나타나 활을 쐈는데, 쏘는 족족 적의 얼굴 한가운데를 콕 콕 꿰뚫어 70명 모두를 하늘나라로 보내는 데 딱 70발의 화살만 필요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왜구를 소탕할 때도 그는 신궁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왜구를 이끄는 적장이 탱크같이 견고한 갑옷을 입고 있어 칼질을 해도, 화살을 쏟아부어도 끄떡없자 투구 윗부분 정중앙을 화살로 딱 맞혀 투구가 벗겨지게 한 뒤 아군에게 공격하게 해 그 문제의 왜장을 저승으로 보낸 것.

그런데 요즘 조희연 교육감이 내놓은 한 정책은 ‘이 사람이 혹시 전생에 이성계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정책이 마치 이성계가 과녁 한가운데에 화살을 정확히 꽂아넣은 것 같이 실로 적확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놀라 자빠진 그 정책은 바로 ‘사이버 문병 캠페인’. 학교 사회를 상대로 SNS나 문자로 문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사실 아픈 사람에게 불끈 용기나 주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병문안 갔다가 병에 걸리는 사례는 쌔고 쌨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환자 10명 중 1명은 문병객이었다. 친척 병문안 갔다가 일가족이 한꺼번에 메르스에 감염돼 뿔뿔이 격리된 사례도 있다. 정 빼면 시체인 한국인들이 그놈의 정을 주체하지 못해 생겨난 병문안 문화가 메르스 확산의 주요 요인으로 전락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많은 지인이 환자를 문병하는 한국 문화가 메르스 2차 감염 확산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한국의 병문안 문화가 국내외에서 우려와 조롱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조 교육감이 사이버 문병 캠페인이란 대단히 적확한 정책을 내놓았으니 그를 이성계와 비교하지 않을 길이 없다.

병문안에 의한 감염이란 웃지 못할 폐해를 막아보려고 사실 몇몇 병원은 이미 사이버 병문안을 시행하고 있다. ‘쾌유기원 카드’가 대표적. 과거 멀리 떨어져 있어 못 갈 때 보내던 ‘전보’에서 착안해 인터넷에 안부 글을 남기면 병원이 직접 예쁜 카드로 제작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달해주는 제도다.

문제는 ‘쾌유기원 카드’ 같은 사이버 병문안 정책을 시행하는 병원이 그야말로 극소수라는 점이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 대형병원 중 이 제도를 도입한 곳은 5% 미만. 병원들이 사이버 병문안 시스템을 흔쾌히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도입 병원에 대한 자금 지원이나 인센티브 제공 등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지난 1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병원 감염 방지를 위한 응급실 선별진료 의무화, 병원 감염관리 인프라 확충, 간병 및 병문안 문화 등 의료환경 개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병문안 등 병원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입원실 면회시간 제한 등 ‘병원 면회 권장 가이드라인’ 시행·민관합동 캠페인 전개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부분 국가감염관리 체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현명한 정책들로 큰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민관합동 캠페인 부분은 아무래도 아쉬움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만연한 병문안 문화를 혁명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런 애매한 캠페인이 아니라 사이버 문병 캠페인이어야 한다. 그리고 사이버 문병에 대한 지원책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

끝으로 조 교육감 정책과 복지부 정책을 비교해 보자. 조 교육감은 복지 비전문가다. 복지행정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 사람이 캠페인의 방향성을 사이버 병문안으로 정확히 잡았다. 반면 복지부는 그저 흐리멍덩한 캠페인 방안만 내놨다. 이런 복지부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일반적인 정책 생산 수순상 앞으로 복지부가 이번에 나온 정책을 더욱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이때 사이버 병문안에 대한 뭔가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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