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사정 대타협’을 계기로 청년 일자리 해결을 위해 조성한 ‘청년희망펀드’을 둘러싼 잡음이 심상찮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에서부터 구체적인 실행이나 목표조차 정해지 않은 채 모금부터 독려하고 나서 ‘전시성’ 행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때 일시적 이벤트에 그친 ‘미소금융’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청년 일자리 사업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고도 청년실업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실효성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장관들과 금융권의 기부가 이어지면서 관가와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무언의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22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청년희망펀드와 관련해 “사회 각계가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뜻과 정성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조성되는 것”이라며 “국무위원들은 자발적인 참여 분위기가 이어져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총리는 관계 부처는 재단 설립, 기부 확산, 사업 발굴 등 후속 조치를 신속히 추진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처럼 정부는 지난 21일 모금을 시작한 ‘청년희망펀드’의 설립 취지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개인의 자발적 동참’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사정 대타협의 기치를 이어 고통을 분담하자는 것이다. 기업이나 법인이 아닌 ‘개인’ 명의로 기부금을 받겠다는 것도 이 같은 취지에서다.
하지만 ‘청년희망펀드’를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정부와 여당은 청년희망펀드가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때 시작된 ‘금모으기 운동’ 처럼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 캠페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재계와 공직사회 등을 압박하는 ‘강제동원성’ 이벤트라는 지적이 더 많다.
민간의 자발적인 한시적 캠페인이 아닐 뿐더러 ‘청년 일자리 창출’은 국가 예산을 투입해 정부가 해결해 가야 할 책무이기 때문이다. 되려 고통 분담을 국민에게만 떠넘길 수 있다는 비판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국가가 풀어야 할 문제를 강제모금의 형태를 띨 가능성이 많은 대통령의 발언으로 추진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에 이어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일제히 기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권과 재계, 공직사회, 공공기관들은 벌써부터 적잖은 부담에 걱정이 한 가득인 눈치다.
우선 은행들은 실적지상주의 영업관행이 얽혀 있어 실적 압박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벌써부터 행원 본인들부터 희망펀드에 가입하라고 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며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순수한 기부로 추진돼야 할 희망펀드를 강제 할당으로 본연의 취지를 훼손시켜선 안될 것”이라며 주의와 경계를 촉구했다.
정부의 ‘청년희망펀드’ 조성 발표 이후 공직사회도 자칫 ‘관제 모금’에 동원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경제 부처 관계자는 “장관들의 기부가 이어지면 공직사회에 대한 반강제적 모금 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부담스러워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얼마나 청년고용절벽 해소에 도움이 될 지도 미지수다. 청년 취업 및 창업, 청년고용 기업 지원에 활용해 청년실업을 고통을 덜겠다는 구상이지만 올해 청년 일자리 사업에 1조8000억원이나 투입하고도 실질적으로 1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을 낮추지 못한 상황에서 그 실효성은 장담할 수 없다.
‘청년희망펀드’를 둘러싼 이 같은 논란에 정부는 일단 선긋기에 나섰다. 황 총리는 이날 낮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청년희망편드를 놓고 정부가 할 일을 민간에게 미루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 아니다. 공직자나 사회 지도층이 작은 정성이라도 보태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총리는 또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본적인 시스템은 정부나 국가가 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액수가 아니라 마음을 모으는 것이고, 이 같은 생각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