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발머 전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남몰래’ 트위터 대주주에 등극한 사실을 깜짝 공개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간 그의 대규모 투자가 대부분 실패로 끝난 탓이다.
발머 전 CEO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지난 몇 달 동안 (트위터) 지분 4%를 인수한 것은 기쁜 일”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가 확보한 트위터의 주식 가치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8억4000만 달러(약 9517억2000만원)에 달한다. 그가 확보한 지분율은 잭 도시 트위터 CEO 지분율(3%)보다 높다. 프로농구협회(NBA)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의 구단주이기도 한 발머가 트위터의 지분을 대거 취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나스닥에서의 트위터 주가는 5%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그는 지분 확보 사실과 함께 “최근의 혁신은 잘한 일(good job)”이라며 최근 회사로 복귀한 도시 CEO의 개혁을 지원사격하기도 했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도시는 2008년 경영권 다툼에서 밀렸다가 이달 5일 CEO로 복귀했다. 지난주 트위터는 전체 인력의 8%를 감축하는 구조 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발머의 투자로 도시 CEO의 경영 혁신에 힘을 받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발머가 MS를 이끌어오면서 그간 보여줬던 투자 실적이 모두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발머의 트위터 대거 지분 확보가 회사 인수를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추측 역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의 신사업 발굴 역량은 ‘낙제점’이라는 업계 중론이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2014년까지 MS의 CEO를 역임한 발머는 급변하는 IT 업계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발머는 구글이 온라인 광고사업으로 급성장하자 이에 맞서고자 2007년 온라인광고업체 ‘어퀀티브’를 63억 달러에 인수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이에 회사는 2012년 어퀀티브와 관련해 62억 달러 규모의 영업권을 상각처리했다.
2013년에는 스마트폰 사업을 개척한다는 이유로 망해가는 노키아를 76억 달러에 인수했다.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고 회사를 인수했지만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회사의 입지는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MS의 실적까지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IT 전문 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현재 MS 윈도폰의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에 그친다. 반면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 점유율은 97%에 달한다. 회사는 지난 7월 휴대폰 사업부를 중심으로 2016년 6월까지 7800명을 감원하고, 84억 달러를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