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와 주식시장에서 변동성이 축소되며 나타난 박스권 장세에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국내 증시가 뚜렷한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한 가운데 정부의 적극적인 배당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연초 이후 코스피 배당성장50지수는 18% 상승해 코스피 지수의 수익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배당주 펀드자금유입도 코스피가 하락세를 나타냈던 6월 이후 3개월 연속 지속해 6월부터 8월까지 배당주 펀드로 1915억원이 순유입됐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2011년 이후 추세적인 하락세를 지속해 9월말 기준 금리와 배당수익률차이는 0.14포인트(14bp)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를 지속했던 일본과 미국, 독일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조적으로 배당수익률이 장기금리를 웃돌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수익률 격차 축소가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올해는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과잉 유보자금의 지출을 늘리는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도입 등 정부의 배당 친화적 정책이 배당주 투자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해당 주식을 결산일 전에 사두면 1년치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강점으로 결산 직전에는 해당 기업의 주가가 더 오르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연말 배당을 노린다면 10월을 배당주의 투자 적기로 꼽고 있다.
◇ 실적 개선주를 노려라= 배당주에 대해 가장 단순하고 쉬운 방법은 기업 실적이 개선된 기업의 배당금을 노리는 방법이다. 배당 증가는 기업 실적 개선이라는 본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예상 배당수익률이 높고, 과거 3년 순이익 변동성이 안정적이며 내년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에 관심을 둬야 한다”며 “특히 연기금 같은 장기투자자들의 배당 확대 요구도 강화돼 국민연금 지분율이 5% 이상인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희종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배당 증가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실적 개선에 기반을 둔 것으로, 실적 기반을 바탕으로 현금흐름이 나아질 때 배당 증가의 확률도 높아진다”며 “과거 상반기 실적개선과 예상 주당배당금(DPS) 증가 종목 중 실제 DPS가 늘어난 종목들의 확률은 꽤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특히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B손해보험과 삼성증권, 강원랜드, 한국전력, 코웨이, CJ제일제당, 현대산업, 에스원 등이 올해 호실적으로 주당배당금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 미래 고배당주를 골라라= 최근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고배당주의 주가들이 크게 상승해 실질적인 배당수익률이 크게 낮아졌다. 또 배당수익률이 시중금리를 크게 상위하는 종목들도 드물어졌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시가 총액 1000억원이상 중 54종목만 평균 3.5% 이상의 배당 수익률을 기록했다. 2.5%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한 종목도 124개 기업에 불과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배당 수익률 상위 종목이 초과수익률을 기록하는 시기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며 “배당수익률이 높아도 주가가 급등한다면 같은 배당을 해도 배당수익률은 하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내기업의 배당성향은 세계 최하위권이지만 최근 몇 년 흐름을 보면 상승세에 있다. KDB대우증권은 올해 한국의 예상 배당성향은 13%, 예상 배당수익률은 1.3%로 지난해 배당성향 9.2%, 배당수익률 1.1%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올해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으로 SK텔레콤과 기업은행, 대우인터내셔널, KB손해보험, 동부화재 등을 제시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전통적인 고배당주보다는 미래 고배당주로 자리매김할 종목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의 배당 수익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반대로 앞으로 높아질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간 배당을 꾸준히 해온 기업들보다는 앞으로 배당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 지배구조 관련주도 유망= 삼성전자, 현대차 등 배당확대 가능성이 큰 지배구조 관련주도 매력적인 배당주로 떠오르고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의 재원이 되는 이익이 계속 늘 기업이나 배당성향 자체가 상향 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며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진정한 배당 기대주는 대기업, 즉 지배구조 관련 주식”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대기업이 배당을 제대로 하지 않은 원인 중 하나가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낮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삼성과 롯데 등을 필두로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박 연구원은 “3분기 깜짝실적을 달성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주 친화정책 발표 가능성이 있거나, 배당성향을 상향할 가능성이 큰 대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지속할 것”이라며 “한국 시장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비워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이런 변화가 기회 요인으로 비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 우선주도 염두에= 배당주와 동행 관계를 나타내며 10월에 유독 강세를 보이는 우선주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일정 비율만큼 배당을 더 받는 주식이다. 즉 코스피가 등락을 거듭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배당에 강점이 있는 우선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배당주 투자에서 흥미로운 점은 코스피 고배당50지수와 코스피 우선주지수가 상당히 밀접한 동행 관계를 보이는 것인데 2010년 이후 두 지수 사이 상관계수는 0.94에 달한다”며 “배당주 투자에서 우선주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말 배당수익률 상위 우선주인 대신증권우, NH투자증권우,두산우, 대우증권우등에 주목할 것”을 추천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선주 지수가 코스피 상승률을 웃도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대거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며 “배당 투자를 염두에 둔다면 우선주 지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