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세심한 여성 지원 정책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더 많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이고,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 한다는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세밀한 정책으로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 회장이 힘주어 말했다. 지난 5월 여협 회장에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최금숙 회장의 활동은 눈에 띄게 활발하다. 사실‘여성’과 관련한 일이라면 최금숙 회장은 직함과 자리를 막론하고 어느 자리에서든 온 힘을 다 해왔다. 지난 2011년부터 3년간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을 맡아 여성 관련 정책 연구와 제언에 힘써왔다.
하지만 최 회장이 여성의 사회·경제적 한계를 절감하고 여성의 권리와 힘을 키우기 위해 애써온 건 한참 전부터다. 경기여고에서 학생회장을 맡아 리더십을 키웠던 그는 “논리적인 사고를 가졌으니 법학을 공부하도록 하는 게 좋겠지만 여자는 여자들 속에서 커야 한다”는 가족들의 권유로 이화여대 법학과에 진학했다. 여기서도 그는 총학생회장을 맡아 활약했다.
결혼과 출산은 그에게도 ‘경력 단절’의 시간을 안겨줬지만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시작하자 다시 공부를 시작해 둘째 아이를 낳아 기르는 와중에도 석·박사 학위를 땄다.
“친정 어머니가 양육을 도와주고 남편이 지지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겠죠. 일과 가정을 양립하도록 하는 지원 정책은 매우 세밀하게 세워져야 합니다. 이를테면 기업들에게 ‘육아휴직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해줘라’라고 하지만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당장 누군가가 일하지 않으면 안 되니 난감합니다. 그러니 여성이 육아휴직을 하고 난 뒤에 돌아올 자리가 없게 되는 것이죠. 또 육아도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도록 하면 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어렵거든요. 가족과 직장의 이해와 지원이 필요하고 사회 전체가 변해야 합니다.”
최 회장은 연구원 시절 직장 어린이집 직접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민간 어린이집 설립이나 운영 문제에는 국회의원들이 잘 나서지 않습니다. 민감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죠. 불미스러운 일들이 자꾸 벌어지는데 이건 보육 교사의 자질 탓만 할 게 아닙니다. 너무 그 교사 수가 적고 임금도 낮은 게 큰 문제입니다. 돌보는 사람을 잘 예우해야 이들이 아이들도 잘 돌보게 된다는 사실을 다들 너무 간과합니다.”
최 회장은 이런 문제를 톱다운(top-down) 구조로 푸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본다. 여성이 대통령이 되니 비로소 각 정부 부처들이 여성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합니다. 이를 학술적으로는 젠더 메인스트리밍(gender mainstreaming·성 주류화)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입법기관인 국회에도 여성이 많아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여협이 직접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 30%는 여성으로 해야 한다는 1만명 대국민 서명을 받았고 이를 가지고 여당과 야당 대표를 직접 만나 이의 추진을 건의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의 만남은 다소 껄끄러웠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최 회장은 “새누리당의 경우 내부 혁신위원회에서 여성의 정치권 진출을 돕기 위한 안을 확정해 나경원 의원이 대표로 발의했고, 저희의 주장은 이것을 아예 법 개정을 통해 확보하자는 것이었는데 여기서 이견이 조금 있었다”면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게도 같은 내용을 건의해 정치관계법 개정 등에 같이 나서 줄 것을 약속받았다”며 국회에서의 양등평등 확보 의지를 확실히 했다.
한편 여협은 오는 29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여성, 사회변혁을 이끌다’를 주제로 제 50회 전국여성대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