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은 자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각종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를 최대 0.7%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합의했다.
이번 수수료 인하로 가맹점의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율은 1.95%(2014년 기준)에서 내년 1월 부터 1.8% 내외로 인하된다. 이를 통해 영세·중소가맹점은 각각 최대 0.7%포인트의 수수료 부담을 덜게 됐다. 연 매출 1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은 0.3%포인트 낮아진 1.9%의 수수료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영세·중소가맹점을 중심으로 가맹점 수수료가 대폭 인하되자 카드사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당초 예상보다 인하폭이 커져 내년부터 수익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연간 약 6700억원의 비용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신한·삼성·KB국민카드 등 8개 전업계 카드사들이 얻은 당기순이익(2조2000억원)의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를 카드사별 점유율로 계산할 때 1위 신한카드의 수익은 연 1500억원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카드는 약 1000억원, 삼성·현대카드는 약 800억원, 우리·하나카드는 약 600억원 가량의 수익이 줄어들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카드수수료율이 평균 0.24%포인트 인하되면서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2013년 순이익이 2011년보다 25.5% 급감했었다.
A카드사 관계자는 “이번 인하로 인해 카드사들은 내년부터 수익의 최대 30% 가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부적으로 자체적인 회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수수료율 인하로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이 적게는 10%, 많게는 20%까지 감소할 것”이라며 “VAN(부가가치사업자)사 수수료나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등 내부적으로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뒤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내년부터 기준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수익에 더욱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올해는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 이어졌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며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내려간 수수료율이 다시 오를 것이란 보장이 없어 중소형 카드사들은 수익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 카드사들은 각종 부가서비스 축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부가서비스를 5년간 축소하지 못하도록 제도가 개선돼 현재 보유 중인 카드 혜택은 유지되지만 신규 서비스나 마케팅, 프로모션 등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B카드사 관계자는 “2012년에는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올려 손실을 어느 정도 완충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며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상되거나 일반 고객의 카드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