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기업공개(IPO)한 일본우정그룹 3사의 시가총액이 상장 이틀 만에 31%나 늘었다. 개인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5일까지 시총은 4조4000억 엔을 기록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추진한 우정 민영화의 성공을 의미하는 한편 전문가들은 과도한 투자 열기에 대한 경계심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5일까지 일본우정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30%, 유초은행은 22%, 간포생명보험은 77% 각각 올랐다. 3사의 시총을 5일 종가로 환산하면 18조5000억 엔. 공모가 기준으로는 14조1000억 엔이었다.
이치요시 자산운용의 아키노 미쓰나리 이사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실적 안정성, 배당 수익률 등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며 “너무 오르면 살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주가 상승세가 유독 두드러진 간포생명의 경우 5일 시점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27.8배, 배당 수익률은 1.44%, 순자산배율(PBR)은 1.19배였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 1부 보험업 지수의 PER이 13.3배, 예상 12개월 배당 수익률이 1.97%, PBR이 0.8배인 점을 감안하면 간포생명의 퍼포먼스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우정그룹 3사가 발행한 주식의 95%가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점에 주목했다. 당초 정부는 발행 주식의 80%를 개인 투자자들에게 할당할 셈이었으나 예상보다 그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부와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시절 실시한 철도와 전신전화공사의 민영화에 이어 아베 정권이 추진한 우정 민영화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본우정의 니시무라 다이조 사장은 4일 상장 기념식 행사에서 “상장은 민영화의 첫걸음이며, 주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그룹의 기업 가치를 높여 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 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우정그룹 3사의 주가 수준에 대해 정부의 논평은 자제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대의 표현이며, 그런 의미에서 환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일본우정그룹 3사의 상장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정권 시절에 시작된 우정 민영화가 결실을 이룬 것이다. 민영화 규모로는 1987년 2월에 상장한 NTT(약 25조 엔)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한다. 1987년 2월에 상장한 NTT는 공모가 119만7000엔을 30% 이상 웃도는 160만 엔에 시초가를 형성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버블 붕괴로 주가가 공모가보다 크게 떨어진 트라우마가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현재의 주가 폭등에 지나치게 휩쓸려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치요시자산운용의 아키노 이사는 “일본우정그룹 3사는 자산주이므로 그다지 크게 상승하거나 하락하거나 하지 않겠으나, 이번 상승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지적했다. 향후 일본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이익을 실현한 자금이 어떻게 순환할 것인가이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6일 일본우정그룹 3사의 주가는 주말을 앞두고 상승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오후 2시 14분 현재 일본우정은 전일 대비 2.31% 하락 중이다. 유초은행은 3.66%, 간포생명은 4.63%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5 회계연도 일본우정의 경상이익은 전년 대비 23% 감소한 8600억 엔, 유초은행은 19% 감소한 4600억 엔, 간포생명은 29% 감소한 3500억 엔으로 일제히 부진을 보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