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화장품 사업부문을 중화권으로 진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홍콩 내 매장 수를 늘리고, 연내 중국 온라인 쇼핑몰 입점을 추진하는 등 중화권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중국 화장품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브랜드 ‘비디비치’의 테스트 판매(입점 전 시험판매)를 진행했다. 비디비치는 신세계그룹 경영진이 적극 밀고 대표적인 화장품 브랜드다.
신세계 관계자는 “중국 온라인 시장의 테스트 판매가 기대 이상으로 호응이 높아 쇼핑몰 입점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비디비치는 올 2월 홍콩에 있는 DFS의 T갤러리아에 입점하며 멀티숍을 비롯해 매장을 5개로 점차 늘려 나가고 있다. 올 하반기 추가 매장도 계획 중이다. 이처럼 신세계가 해외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국내 시장과 달리 해외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만 보면 비디비치의 성적표는 낙제점 이하다. 신세계그룹이 화장품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 2012년 인수한 이래 4년째 연속 적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60억원을 들여 인수한 비디비치코스메틱은 지난해 매출 105억원에 영업 손실 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0% 감소했고 적자폭은 18% 늘었다. 부채비율도 2012년 25%에서 2013년 1823%, 지난해에는 급기야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33억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비디비치가 ‘적자의 늪’에 빠지면서 신세계의 투자는 계속됐다. 지난 3년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유상증자를 통해 수혈한 자금만 100억원이 넘는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신세계는 비디비치 구조조정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것은 물론 화장품 브랜드들을 연이어 인수하면서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2013년 제일모직으로부터 이탈리아 화장품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국내 판권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에는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던 편집매장(여러 브랜드 상품을 한 곳에 모아둔 쇼핑몰) ‘뷰티컬렉션’과 스웨덴 향수 ‘바이레도’를 넘겨받아 화장품 사업의 브랜드 다양화를 구축하고 있다.
비디비치는 면세점을 포함해 18개를 운영하던 매장을 13개로 축소해 운영 중이다. 브랜드 다양화·부실점포 철수 등의 내실화를 통해 적자에서 벗어나고,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해 화장품을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올해 적자 폭이 개선되고, 내년에는 흑자전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동시에 해외시장에 적극 투자해 탄탄한 화장품 사업을 구축하기 위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