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으로 법무법인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구성원 변호사도 채무를 갚아야 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2013년 선고된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 법리를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재판장 윤강열 부장판사)는 한 건설사가 회사 소유 건물 임차인이었던 법무법인 구성원이었던 변호사 5명을 상대로 "밀린 월세 등 4억1000여원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사건에서 구성원 변호사 5명 중 2명은 서류상으로만 구성원으로 등기돼 있었고, 실질적인 법인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법인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은 법인 내부 사정에 불과할 뿐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앞서 같은 법원은 2013년 5월 '별산제' 로펌 구성원들도 의뢰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첫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별산제 로펌은 형식상으로만 법무법인이고, 사실상 각자 사건을 처리해 운영하하는 방식을 말한다.
당시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은 의뢰인의 주식양도 계약을 대리하는 과정에서 77억여원의 손해를 입혔고, 이 과정에서 이 법인 소속 변호사도 '등기상 구성원일 뿐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같은해 12월 대법원 역시 한 법무법인의 '월급변호사'에게 법인의 채무를 무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에서 법무법인 구성원으로 등기됐던 한 변호사는 매월 일정한 급여를 받으면서 공증업무만을 담당했고, 법인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법인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 만으로는 채무이행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변호사법이 상법상 합명회사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는 점에서 법무법인 구성원의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변호사법이 이런 규정을 둔 것은 법무법인을 신뢰하고 법적 조력을 받는 의뢰인들에 대해 구성원들이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