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의 주코티 공원에서 1000여명의 사람들이 월가를 가로지르며 월가의 부도덕성을 지탄했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시위가 발생한 지 올해로 4년을 맞았다. 시위대는 종적을 감췄지만 월가에 대한 반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CNN머니가 지적했다.
월가에 대한 반감은 최근 정치권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 주자들의 선거 캠페인에서 단골 이슈는 ‘월가 때리기’다. 최근 진행됐던 공화당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경선 후보인 존 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월가 은행원들에게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역시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모두 한 목소리로 헤지펀드 매니저에 대한 세금 인상안을 제안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1999년에 폐지된 글라스-스티걸법을 부활시켜 대형은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라스-스티걸법은 은행 개혁과 투기 규제를 목적으로 제정한 법이었으나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를 명분으로 1999년 폐지됐다.
월가에서도 ‘왕년의 월가가 아니다’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명문대 졸업생도 월가보다는 실리콘밸리 취업을 더 원하는 추세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기술을 만들어내는 실리콘밸리에 매력을 느끼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의 한 은행에서 근무했던 바이주 바트는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해 주식 트레이딩 앱(애플리케이션)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과거에는 모든 사람들이 컨설팅이나 금융 쪽으로 직업을 구하길 원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면서 “지금은 IT 쪽이 더 유망하다”고 말했다.
월가 터줏대감 골드만삭스도 보수를 전격 인상하고, 신입사원 승진 코스를 단축하는 등 인재 이탈 막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입사원의 업무강도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자 최근에는 휴일을 보장해주는‘신성한 토요일’ 이라는 제도를 신설하기도 했다.
월가의 대형은행에 대한 명성과 신뢰에도 금이 가고 있다. 최근 갤럽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은행을 신뢰한다’고 답변한 사람은 25%에 그쳤다. 10년 전만해도 이 비율은 50%가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