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총수 형제가 7년 전 선물 투자를 위해 회삿돈을 빼돌릴 때 비정상적으로 조성한 펀드들이 현재까지 남아 회사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연결대상 종속기업인 오픈이노베이션펀드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12억96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 모 회사 실적에 간접 영향을 줬다.
오픈이노베이션펀드는 콘텐츠 확보를 명분으로 SK텔레콤이 200억원을 출자해 2008년 12월 설립됐다. 이후 2010년 10월 SK텔레콤이 플랫폼 사업을 분사할 때 SK플래닛으로 넘어갔다.
이 펀드는 현재 모바일 콘텐츠 사업 등을 하는 코스닥 상장사 캔들미디어의 주요 주주(지분율 18.7%)다.
이 펀드는 초창기 이익을 거두기도 했으나 최근 수년째 적자를 기록했다. 2011년 4억2700만원, 2012년 13억9900만원, 2013년 154억800만원으로 매년 순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지난해 순손실은 62억6600만원이었다.
베넥스포커스2호펀드가 이름을 바꾼 화이텍포커스2호펀드도 비슷한 상황이다. SK텔레콤이 200억원, 옛 SK C&C가 97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펀드로 올해만 9억33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오픈이노베이션펀드와 화이텍포커스2호펀드의 손실은 모 회사인 SK플래닛 실적 개선의 걸림돌이다. 특히 두 펀드가 관심을 끄는 것은 애초 설립 배경에 횡령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8년 10월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공모해 펀드 조성을 지시했다. 투자를 맡았던 김원홍씨에게 선물 투자금을 송금하는 통로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나중에 계열사 자금 횡령 사실이 드러나 사건 주인공들이 사법 처리된 후에도 범행 수단으로 악용된 펀드가 청산되지 않고 남아 회사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고 있는 셈이다.
서울고등법원은 2013년 9월 최 회장에게 징역 4년, 최 수석부회장에게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각각 선고하면서 두 펀드의 손실을 불리한 양형 이유로 언급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픈이노베이션, 포커스2호 등은 투자 손실을 기록했고, 이는 SK 계열사들이 신중한 투자 검토 없이 피고인들의 지시에 의해 펀드 출자를 결정하게 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펀드 출자금 중 김원홍에게 송금한 450억원을 대출금으로 메웠다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SK플래닛이 비상장사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과거 횡령 사건의 흉터가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있다"며 "회사로선 계속 부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