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가 해빙 무드에 접어들면서 대만이 그간 반도체 설계 투자 부문에서 중국에 대해 굳게 닫았던 빗장을 열 것으로 보인다.
대만 정부가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대중국 투자를 금지해왔던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존 덩 대만 경제부 장관은 현재 대만 업계가 엄청난 경쟁에 직면한 가운데 중국 투자에 대한 개방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덩 장관은 “우리는 단순히 대만 반도체 시장이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면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적절한 규제 완화가 현재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덩 장관은 최근 중국이 적극적으로 반도체 육성 전략을 전개하면서 대만 반도체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만의 일자리 창출과 기술을 보호하려면 개혁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의 투자 확대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대만 반도체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는 리스크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은 그간 자국 업계를 보호하고자 중국기업들이 반도체 설계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신 중국 기업들은 다른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만 담당해 공급해주는 ‘파운드리’업체 지분만 인수할 수 있었다. 이는 자국의 반도체 기술력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중국 자본의 침투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방어적 수단으로 평가됐다.
현재 마잉주 대만 총통은 중국과의 경제 관계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 규제 완화는 내년 1월 대만 총선을 앞두고 중국과의 유대를 경계하는 야당에 힘을 실어주는 실책이 될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컨설팅업체 바워그룹아시아의 루퍼트 하몬드-챔버스 대만 부문 전무이사는 “(반도체)산업은 중국 경제 성장 기적의 핵심이었다”면서 “대중국 투자 완화 조치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 총통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대중국 투자 규제 완화 조치를 모두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업계의 반응도 엇갈린다. 대만 최대 반도체 설계 업체 미디어텍은 중국 국영 칭화유니그룹이 투자 의향을 밝히자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일각에서는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