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그룹 차원의 전방위적인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매각설이 나도는 이들 회사에 대해 투자자들도 등을 돌린 분위기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최근 1년 사이 50.11%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말 2만3000원대이던 주가가 현재 1만1000원대로 반 토막이 난 것이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5조6200억원에서 2조7000억원까지 줄어들어 3조원 가량 공중분해 됐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계의 부진 속에서 이미 누적 1조53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애초 3분기 영업이익을 800원대 흑자로 공시했지만 미국 드릴링 업체 PDC가 드릴십 1척을 계약 해지하면서 1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 폭락은 더욱 가파르다. 1년 전 5만2000원대이던 주가는 1만6000원대까지 떨어져 69.12%의 하락률을 보였다.
2012년 20만원을 넘나들던 이 회사의 주가는 지속되는 적자로 지난달 3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이후 올해 3분기 어닝 쇼크를 발표하면서 추가 급락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 사업 부실로 3분기 1조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다. 다음 달부터 내년 11월까지 1년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1개월 무급순환휴직이란 초유의 카드를 꺼내 들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앞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합병이 추진됐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잠시 반등했던 주가는 다시 하향곡선을 그렸다. 양사의 합병이 재추진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지만 적자 상태의 2개사를 합병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자체적인 경영 정상화 작업을 거쳐 매각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들 회사에 대한 증권가의 향후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4분기 실적 추정치(컨센서스)는 매출액 3조261억원, 영업이익 4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8%, 53.78%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조선 3사 중 가장 양호한 수주 실적을 거두겠지만 기존 적자공사 리스크 등으로 실적 개선 속도는 업계에서 가장 더딜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컨센서스 상 올해 1조1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개별 증권사는 이보다 큰 1조4000억원대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은 국내 최고 엔지니어링 회사로 고성장과 최대위기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며 “올해 1조4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