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가축사료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료업체들이 집단 반발해 무더기로 행정소송이나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팜스코와 하림홀딩스, 제일홀딩스는 지난달 8일 과징금 처분을 받은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소송을 제기했다. 가장 많은 2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카길은 지난달 15일 소송 대열에 합류했다.
소송을 제기한 업체들은 담합 자체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카길 관계자는 “다수의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료 산업 구조상 가격 담합은 절대 없었으며 고객이 입은 피해도 없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우성사료, 삼양홀딩스는 행정소송 대신 공정위에 이의 신청을 제기하는 쪽을 택했다. 이의 신청은 통상 기업들이 죄는 인정하되 제재가 과도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소송보다는 낮은 차원의 불복이다.
이의 신청을 제기한 한 업체 관계자는 “담합은 인정하지만 공정위가 산출한 업체들의 관련 매출액이 과다하게 산정된 측면이 있다”며 이의 신청 이유를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7월 이들 기업이 2006년 10월부터 2010년 11월 사이 총 16차례에 걸쳐 가축 배합사료 가격의 평균 인상·인하폭, 적용시기를 담합했다고 보고 77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대표이사·부문장으로 구성된 사장급 모임에서 가격을 협의했다. 사료협회 이사회에 속한 이들은 이사회를 마치고 소회의실에서 모임을 갖거나, 이사단 골프 모임을 만들어 가격 담합을 해온 혐의다. 공정위는 농협을 통한 공동구매가 이뤄질 때부터 가격 등에 대한 공동 의견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목회’가 시초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업체는 적발을 피하려 구두로만 담합을 진행했다. 공정위는 “기존에 제재받은 적이 있는 하림·CJ 등은 조사에 대비해 전화로만 일정을 통지할 뿐 일체의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조만간 전원회의를 열고 CJ제일제당, 우성사료, 삼양홀딩스 등이 낸 이의신청을 심의할 예정이다. 2심에 해당하는 행정소송은 최종 판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어서 지루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