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가 사실상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엘리베이터가 지주회사 전환신고 기한인 4월말까지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지주사 요건 충족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지정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가 되면 현대택배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처분해야돼 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금융계열사인 현대증권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등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감사보고서상 현대상선 등 자회사 지분가액이 자산의 50%를 넘어서면서 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인 기업 중 자회사의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을 넘는 기업을 지주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006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자산(1조258억원) 중 보유중인 자회사 지분(국내법인)의 장부가액은 4225억원으로 자산의 41.19%에 해당된다. 이를 놓고보면 지주회사 요건에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아일랜드계 투자사 넥스젠캐피탈이 사들인 현대상선 주식 600만주가 감사보고서상 현대상선이 직접 보유한 지분으로 회계처리되면서 문제가 틀려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0월말 넥스젠캐피탈과 현대상선 주식 600만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했다. 넥스젠캐피탈이 현대상선 주식 600만주를 사고, 의결권은 현대상선에 위임한 것. 현대상선은 그 대가로 넥스젠 측에 분기마다 이자를 지급하고 최대 5.5년인 만기일에 현금 또는 현물로 정산하는 계약이다. 현대상선은 또 넥스젠의 취득단가가 시세보다 낮을 경우 20%의 차익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문제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외부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에서 넥스젠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600만주(취득가액 1362억원)을 현대상선이 직접 보유한 지분과 동일한 방식으로 회계처리했다는 것이다. 대차대조표에는 기타투자자산으로 분류했다.
만약, 공정거래위원회가 안진회계법인의 해석처럼 넥스젠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가액을 현대엘리베이터가 직접 보유한 지분을 해석한다면,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가액은 5587억원(자산의 55.46%)으로 불어나,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이와관련 "아직 파생상품 계약에 따른 자회사 지분에 대한 문제는 현재까지 없었다"며 "현대엘리베이터가 지주회사 전환신고 기한인 4월말까지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지주사 요건 충족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엘리베이터가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면 현대그룹의 셈법은 복잡해진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로 규정될 경우 ▲부채비율 200% 이하 ▲자회사 지분율 상장사 20%, 비상장 40% 이상 유지 ▲금융사 지분 소유 금지 등의 조치를 2년(최대 4년)내에 이행해야한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택배-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도를 가지고 있다.
지주회사로 적용되면, 우선 비상장 자회사인 현대택배와 현대아산 지분을 40% 이상 매입해야한다. 또 금융계열사인 현대증권 지분 매각 문제도 부상한다. 아울러 현대증권과 현대택배가 가지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처분해야해,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