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도입을 놓고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채택률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전체 공공기관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한 반면, 민간기업의 채택률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9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가속도를 내고 있으나 민간기업에서는 더디게 움직이며 해를 넘기게 됐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특정 연령 이후부터 임금을 줄이는 제도다.
정부는 이달 부산대병원을 마지막으로 313개 전체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했다. 정부는 5월부터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를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일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반발이 심해 난항을 겪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 임금인상률과 부서운영비, 업무추진비 등을 삭감하겠다는 강경책을 썼다. 한편으로는 임금피크제로 연봉이 10% 이상 삭감되면 10% 넘는 금액만큼 주겠다는 지원책도 병행하면서 반대 기관의 마음을 돌렸다. 올 7월까지 12개에 불과했던 임금피크제 도입기관은 8월 100개에 이어 10월에 289개로 늘어났고 이달 들어 전면 도입됐다.
반면 민간기업의 상황은 다르다. 대부분 노사 간 협상 타결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임금피크제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전 계열사의 임금피크제 실시 방침을 밝혔지만 노조와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임금 단체협상 자체가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길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기아자동차 역시 82일 만에 임금 교섭을 재개했지만 임금피크제를 두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이달 8일 공공기관을 제외한 매출액 상위 200대 기업 중 179개사가 응답한 ‘임금피크제 도입 현황 및 특징조사’ 결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한 기업은 51.4%에 불과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한 기업 중 47.8%는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제도를 도입한 경우 2014년(21.7%)과 2015년(21.7%)에 시행 시기가 집중돼 있었고 2013년 이전에 도입한 기업은 7.7%였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 중 74%는 기본급(기본연봉)을 조정했고 총연봉을 조정하는 경우는 24%였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인 기업은 23.5%,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곳도 25.1%였다.
민간기업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근로자에 대한 일방적 임금 삭감 때문이다. 이미 근로자의 정년 연장이 법으로 보장된 상황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임금이 감소할 것이란 반발이다.
2013년 4월 국회를 통과한 정년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300명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내년부터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근로자의 정년을 법으로 60세 이상 보장한 상황에서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노조측 반발이 심하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간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률도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