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스티커는 불에 타지 않는 재질로 만들어 화재안전 시험을 통해 소방필증도 받은 것이라고 한다. 12월~1월 두 달 동안 지하철 3호선 객차 두 칸에 시범 운행한다는데, 더 확대되면 좋겠다.
서울지하철 2호선과 5호선은 임산부 배려석을 분홍색으로 꾸미고 좌석 바닥에 양보를 권유하는 안내 문구를 붙인 ‘핑크 카펫’을 7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핑크 카펫,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라는 문구는 지하철 한 칸에 두 자리씩 씌어 있다.
남자들은 이 자리에 앉기가 민망하고 창피하다. 거의 돼지같이 생긴 뚱뚱보가 핑크 카펫인지 뭔지 모르고 떡하니 앉아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모습은 ‘환장적’이다. 이미 ‘생산활동’이 중단된 할머니나 수녀, 여승이 앉는 것도 우습다. 미혼으로 보이는 젊은 아가씨나 여고생이 앉아도 괜히 다시 쳐다보게 된다. 어떤 주부는 임신하지도 않았는데 다른 여성으로부터 자리를 양보받아 남편에게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어떤 할아버지와 중학생이 이 자리 때문에 다투는 걸 보았다. 내 맞은편의 임산부 배려석에 앉았던 70대 남성이 자신이 앉으면 안 될 자리라고 생각되자 옆으로 한 칸 옮겨 앉았다. 그런데 중학생 몇 명이 들어왔고, 그중 한 명이 핑크 카펫을 차지했다.
할아버지가 이 자리는 그렇고 그런 자리라며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했다. 빈자리도 꽤 있었다. 그런데 코 밑에 막 수염이 나기 시작한 중학생 녀석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자 친구들이 옆에 서 있어서 여기 앉는 게 좋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손자 같은 녀석과 더 이상 대거리하기 싫었던지 신문을 펴들고 보더니 화가 나 주체할 수 없다는 듯 신문을 찢었다. 그러고는 필요한 부분만 챙기고 신문을 선반 위에 올려놓고 내렸다. 그러자 중학생 녀석이 할아버지의 자리로 한 칸 이동했다.
지하철에서는 별의별 구경을 다 하게 된다. 특히 소리 지르고 싸우는 풍경도 자주 보게 된다. 얼마 전에는 경로석에 앉은 할아버지가 맞은편에 서 있는 아주머니를 훈계하고 있었다. 그녀는 할아버지보다 열 살 이상 적어 보였는데, 둘러멘 가방 속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가 시끄럽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혼나는 것 같던 그 여자가 갑자기 욕을 해댔다. “야 이 새끼야, 그러면 지하철 가는 소리는 안 시끄럽니? 별 개새끼 다 보겠네.” 할아버지는 너무 놀랐는지 끽소리도 못하는 것은 물론 그 여자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이 소리는 왜 괜찮고 그 소리는 왜 안 된다고 할 수 있는지 혼자 생각을 하게 됐다.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웠다. 어쨌든 지하철에서는 배려를 익혀야 한다. 하트 스티커나 핑크 카펫은 그런 걸 실천하라고 만들어 놓은 장치이다. 쓰고 보니 별로 재미없는 글이 됐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