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 시장이 미국발 긴축 발작을 일으켰다. 국제유가는 하룻새 롤로코스터 장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을 긴장시켰다.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94% 오른 배럴당 36.3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저가 매수세 유입에 7일 만에 반등했다.
그러나 WTI는 장중 공급 과잉 지속 우려에 한때 4%대 급락하며 배럴당 34.80달러로 2009년 2월 19일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런던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역시 장중 배럴당 36.62달러까지 빠지며 2008년 12월 2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거래됐다. 미국이 40년간 금지했던 원유 수출을 재개할 것이란 관측에 투자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한 탓이다.
특히 이같은 혼란은 헤지펀드 등 투기 세력이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8일 헤지펀드의 투기성 매도 주문은 18만건(건당 1000배럴)으로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은행들의 자기자본거래를 금지하는 이른 바 ‘볼커 룰’로 인해 투자은행의 역할이 축소되고 연기금까지 원유시장에서 퇴장하면서 상대적으로 헤지펀드의 투기가 유가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시장 내에는 유가를 끌어올릴 만한 재료가 없는 가운데 공급 과잉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를 계속 끌어내리고 있다. 유황 성분이 적어 정제가 쉬운 경유인 WTI와 브렌트유는 그나마 3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황 성분 비율이 높은 중유는 타격이 커 이미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졌다. 멕시코 원유 바스켓 가격은 이미 28달러 이하로 떨어져 11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라크가 아시아에서 판매하는 바스라 중유는 배럴당 25달러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1월로 예상되는 이란의 원유시장 복귀는 가뜩이나 바닥이 보이지 않는 유가에 치명적이다. 이란은 원유시장 복귀 시 하루 100만 배럴을 증산하기로 하고 중국 등에 미리 영업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란의 복귀는 시장 점유율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주요 산유국에 새로운 라이벌 등장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산유국 간 더욱 치열한 점유율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