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해제를 앞둔 이란이 원유시장 복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저유가의 저주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은 29일(현지시간) 저농축 우라늄 11t을 러시아로 보내고 원자력 발전용 연료봉 원료와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를 확인한 미국 측은 이날 성명에서 “획기적인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이란이 보유하던 저농축 우라늄 재고분을 국외로 반출한 건 지난 7월 14일 주요 6개국과 체결한 핵 합의안(JCPOA)에 따른 것이다. 당시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뜻을 증명하기 위해 저농축 우라늄 재고분 가운데 연구 목적의 300kg을 제외한 전부를 국외로 반출하기로 약속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의 착실한 핵합의 핵심조항 이행으로 이르면 내년 1월 첫째 주에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공급 과잉으로 장기화하는 국제유가 하락세에 기름을 부을 것이 뻔하다. 이란은 시장 복귀 시 원유 수출량을 현재의 2배인 하루 평균 20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로크보딘 자바디 이란 석유부 차관은 “제재 해제 1주일 내로 하루 원유 수출량을 종전보다 50만 배럴, 6개월 내로는 100만 배럴 각각 확대할 예정”이라며 “제재가 해제되면 이란은 세계 원유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란의 원유 생산 비용이 낮기 때문에 유가 하락세는 우리의 원유 수출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1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6년 만에 최저치인 배럴당 34.74달러로 하락했다. 에너지분석그룹의 톰 휜론 디렉터는 “약세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며 “이란의 시장 복귀는 공급 과잉 우려를 더 악화시켜 유가의 하락세를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가 하락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헤지펀드들의 베팅도 달라졌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유가 상승에 대한 헤지펀드의 베팅은 3개월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유가 하락에 베팅한 포지션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하락은 휘발유 가격을 떨어뜨려 소비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나 산유국이나 관련업계엔 악재다. 올해 전 세계에서 저유가로 파산보호를 신청한 에너지 관련 기업 수는 58개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95개)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저유가 타격을 입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은 앞다퉈 초긴축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이들은 각종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고 휘발유 등 가격을 올려 구멍 난 재정을 메우는 한편 세금 신설·인상 등을 통해 세수를 늘려 재정난을 타개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