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2월 30일 川上之嘆(천상지탄) 세월과 만물의 덧없음을 탄식하다

입력 2015-12-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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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어느 날 공자가 냇가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가는 것은 이와 같구나. 밤낮을 쉬지 않는구나.” 어감은 알 것 같은데 우리말로 옮기기가 참 어렵다. “가는 것은 이와 같아서 밤낮을 쉬지 않는구나”라고 말을 이으면 더 어색해 보인다. 논어 자한(子罕)편의 원문은 ‘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다.

공자의 탄식을 천상지탄(川上之嘆)이라고 한다. 川上은 냇물 위가 아니라 냇가다. 문제는 어떤 곳을 향해 간다는 逝라는 글자다. 맹자는 “샘이 깊은 물은 퐁퐁 솟아올라 밤낮을 쉬지 않고 흘러간다. 구덩이를 채우고 난 뒤에야 흘러가 바다에 이른다”[原泉混混 不舍晝夜 盈科而後進 放乎四海]고 영과(盈科)의 뜻으로 풀이했다.(4월 4일자 ‘獵等越級’ 참조)

그러나 세월의 흐름이나 도가 무너진 시대에 대한 탄식이라고 본 사람들도 있다. 한탄 차원을 넘어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고 정진하라는 뜻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경우는 “냇물이 쉬지 않고 흐르듯 그렇게 노력하라”는 천류불식(川流不息)과 같은 뜻이라 하겠다. 세월에 대한 탄식이라는 해석이 더 와 닿는다.

한 해가 가는 시점에 이덕무의 세시잡영(歲時雜詠) 중 한 작품을 생각한다. “한평생 마음이 거칠고 게을러/섣달그믐만 되면 슬퍼지네/섣달그믐의 마음 늘 간직하면/새해에는 좋은 사람 될 수 있건만.”[一生心疏懶 每於除夕悲 長懷除夕心 新年好人爲] 맨 뒤의 두 행을 “섣달그믐의 마음 늘 간직하고/새해에는 사람 노릇 잘해야지”라고 해석한 사람도 있다. 이덕무는 섣달그믐에 썼지만 세밑의 정서는 양력과 음력이 다르지 않다.

12월 30일은 1917년에 윤동주가 태어난 날이기도 하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시작되는 ‘서시’를 생각하며 불괴어천(不愧於天)이라는 말도 다시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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