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세로 재정난에 처한 에너지 기업들이 대형 인수·합병(M&A)이 아닌 일부 자산이나 유전 매각 등을 통한 생존전략에 나서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M&A를 포함한 에너지 업계 관련 거래 건수는 총 349건이다. 이중의 177건은 5억 달러 미만의 중소형 딜이었다. 앞서 업계 전문가 상당수가 유가가 급락하면서 에너지업체들이 대형 M&A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던 것과 다른 결과다. 대신 이들 업체는 부동산 자산 등을 매각해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매물로 나온 핵심 지역의 시추권을 사들이거나 일부 사모펀드가 자산 입찰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이러한 흐름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들리 오스틴 로펌의 짐 라이스 파트너 변호사는 “(자산 매각) 흐름은 앞으로 시장을 강타하게 될 것”이라면서 에너지업계 자산 매각 규모가 내년 상반기에만 총 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상반기의 두 배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에너지업계에 대형 M&A가 줄어드는 배경에는 부진을 겪는 경쟁사를 차입까지 해가며 사들이는 것을 꺼리는 업계 분위기 때문이다. 레오 마리아니 RBC캐피탈마켓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을 밑도는 상황에서 회사를 팔면 무슨 이득이 있겠나”라고 반문하면서 “여기에 잠재적 인수자들은 큰돈을 쓰기 싫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언스트앤영이 에너지업계 임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 가까이 내년 M&A 시장이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대부분의 M&A 규모가 2억5000만 달러 미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