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시도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하는 것은 엄연히 직무유기"라며 "감사원 감사 청구, 검찰 고발을 포함한 법적ㆍ행정적ㆍ재정적 수단 등 모든 방법등을 총동원해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관련 긴급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재량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률상 의무"라며 이같이 말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에 따라 새해 '보육대란'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나서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누리과정 비용 부담 주체를 놓고 각 교육청이 자체 예산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정부와 전액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는 시도 교육청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서울, 경기, 광주, 전남 교육청은 올해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고 나머지 시도 교육청도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만 편성하거나 일부 기간에 해당하는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 당장의 보육대란만 겨우 면할 수 있는 상태다.
최 부총리는 "일부 교육감들은 대통령 공약에서 누리과정에 대해 국가가 책임진다고 했으니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사실 왜곡"이라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 상당을 교육청에 지원해주는 것으로서 국가재원에 해당되므로, 국가가 책임진다는 점에서 하등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아 교육법령에 따르면 누리과정은 공통의 교육이자 보육과정으로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교육기관에 해당된다"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이들 교육기관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명확히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더이상 정치적인 이유로 교육현장의 혼란이 지속돼서는 안된다"며 "정부는 누리과정이 차질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도 교육감들이 조속히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도록 조기추경과 이용, 전용 등을 요청할 것"이라며 "이러한 노력에도 시도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계속 거부할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혼란은 시도 교육감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시도교육감을 직무유기로 형사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교육청들은 법정싸움도 불사한다는 입장과 함께, 정부ㆍ여권이 누리과정 문제를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에 떠넘길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예산 지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상보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예산 여건이 열악한 시도 교육청에만 보육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것이다.
시도 교육청 관계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무상보육을 공약했던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