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펀드시장이 한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 부진, 중동 리스크들이 부각하며 국내 펀드의 자금 유출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12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 2790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총 5조9099억원에 이른다. 지난 2013년 3조4780억원, 2014년 1조5762억원이 유출됐지만 지난해의 이탈 규모는 유독 컸다. 국내 대체투자에서도 2조9233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해외 펀드에는 자금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10조원 규모의 자금이 순유출됐지만 2013년 4조4414만원, 2014년 3조7585억원으로 자금 유출 규모가 줄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2조2187억원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해외 대체투자 부분에서도 4159억원이 순유입되며 해외투자에 대해 커진 관심을 반영했다.
새해 들어서도 국내 펀드 자금 유출은 계속되고 있다. 증시 첫 거래일인 지난 4일에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531억원이 순유출됐다. 268억원이 새로 들어왔고, 739억원이 펀드환매로 빠져나갔다. 이날 자금 유출은 중국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증시 폭락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종교 갈등으로 인한 중동 리스크에 영향받은 국내 증시의 부진 영향이 컸다. 이 영향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도 지난주 -2.35%을 기록하며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했다.
올해에도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중동 정세 악화 등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펀드 시장에서 자금 유입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과 중국의 경기둔화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며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신흥국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신흥국의 과도한 부채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이 국내 증시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어 자금 유입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서비륭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올해 신흥국 경제가 계속 둔화하고 미국이 서너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돼 자금 유출은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하지만 한국의 경우 중국발 리스크와 함께 최근 신용등급이 올라 자금 유출과 유입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다른 신흥국과는 차별화될 것”이라며 “올해는 유가가 더 많이 떨어져 유가 관련 신흥국의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단 유출세는 다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김수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 속도 등 정책변수가 있어 상황을 봐야겠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유출세는 줄어들 것”이라며 “신흥 아시아를 중심으로 지난해 외국인이 많았던 만큼 한국의 자금 이탈이 거세지기보다는 추가 유입이 제한되는 정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