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맛집’에 익숙하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곳, 일단 먹어봤을 때 느낌이 오는 곳, 그곳이 맛집이다. 독특한 인테리어, 유명인이 다녀간 증거로 남겨 놓은 사진 같은 것들도 맛집의 요소 중 하나다.
시드니의 맛집은 여기에 하나를 더했다. 수요미식회 패널이 찾아간 곳마다, 그들은 ‘다음 세대(Next Generation)’를 위한 ‘지속가능한 먹거리 시스템’을 강조했다. 음식의 재료들이 손님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거리를 최소화하는 것은 음식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음식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다. 호주의 국민 셰프(Chef)라는 이도, 유명 식당의 종업원도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다.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의지와 인식이 사회의 통념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지금의 청정 호주라는 국가 브랜드를 만들어낸 원동력이다.
방송을 보다 떠오른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 ‘환경’을 기회로 보고 있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다. 우리는 환경을 그저 개발해야 할 자원으로만 봤다. 환경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가치가 생긴다는 인식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호주는 청정 호주라는 브랜드로 전 세계에 신뢰감을 주고 있다. 우리가 수요미식회를 보고 감탄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환경’은 그 자체로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깨끗하고 좋은 환경을 유지하고 그 속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발견하려는 노력은 기업가 정신의 한 예가 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제4차 국가환경종합계획(2015.12)에는 재미있는 내용이 있다. 계획을 세우기 위한 사전 단계로 환경스캐닝(STEEP) 기법을 통해 미래사회를 전망하고, 각각의 이슈가 연결된 환경과의 연관점을 밝힌 부분이다. 예를 들면 사회적으로 개인화가 가속화되면 ‘개인의 다양한 선호를 만족시킬 고품질 환경 서비스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1인가구가 증대함에 따라 ‘소포장 제품 확대’와 ‘패스트 소비 등 부정적 환경 영향이 발생’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성장이 둔화되면 ‘정보산업, 서비스업 등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생산 및 소비를 촉진하는 새로운 산업 및 성장동력 강화’가 필요해진다. 또한 ‘소득격차가 민간 환경서비스 소비격차로 전이’되고 ‘환경 복지’의 강화가 요구된다. 이 모든 영역들이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다. 그만큼 환경은 우리 삶에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 ‘세계 환경시장은 확대될 것이고 특히 개도국 시장은 연평균 7% 내외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환경업체는 평균 7.5명이 종사하는 영세한 수준이다. 미국과의 환경기술 격차도 5년 정도 차이가 난다. 우리는 이런 변화에 둔감하다. 왜냐하면 환경을 자연보호 캠페인의 프레임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당장 다양한 세대에게 환경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기업들이 나설 법도 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환경’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식은 매우 수동적이다. 환경이 개발의 대상이었던 시대의 잔재다. 에너지 절약, 쓰레기 분리배출 같은 일상적인 부분들, 가끔 다큐멘터리를 통해 접하는 북극곰의 슬픈 표정 같은 것들이 환경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윤리적인, 그리고 거의 모든 경험들이다. 기업사회공헌 역시 그 이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시작한다면, 환경교육은 민과 관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나서야 할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환경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가치와 기회를 발견하는 의식적인 노력을 현 세대와 미래 세대가 공유하는 것 말이다. 어쩌면 시드니의 맛집과 같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씨앗이 환경교육에서 자라게 될지도 모른다.
고대권 한국SR전략연구소(코스리)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