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앰의 최대 주주(93.81%)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가 채권자로부터 ‘디폴트 선언’(채무자에게 이자 및 원리금 상환 불가능 통보)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일부 채권자들이 KCI가 원리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KCI는 2007년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MKOF)가 씨앤앰을 인수하기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이다.
12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21곳인 KCIㆍ씨앤앰 대주단 중 KEB하나은행 등 일부 기관이 2조2000억원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에 반대하고 있다. 2조2000억원은 KCI가 2007년 씨앤앰을 인수할 때 은행 및 기관들로부터 신디케이트론으로 투자받은 금액이다. 2012년 한 번 차환했다. 오는 7월 만기가 도래한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만기 2년 유예를 요구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씨앤앰의 인수 주체인 MBK파트너스가 적극적인 성의를 보여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 대주단은 MBK파트너스가 오는 4월 이자 지급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월에는 이자 지급을 차질 없이 했지만 이를 위한 한도대출(RCF)이 바닥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대주단에서는 MBK파트너스에 지급보증이나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
씨앤앰의 매각 자체가 불투명한 것도 변수다. 2조2000억원의 인수금융 중 지분 투자는 은행 대출보다 후순위다. 씨앤앰이 3조원 이상으로 매각되지 않는 한 후순위 투자자들은 원금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SK는 지난해 씨앤앰 대신 CJ헬로비전을 인수했다. 국내에서 인수 주체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씨앤앰은 1조원 밑으로 팔아야 매각될 수 있을 것”이라며 “원금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MBK파트너스의 자산에 차압을 설정하는 것도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MBK파트너스가 전향적으로 나서면 채권자의 디폴트 선언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씨앤앰의 매각이 성공한 뒤 이자를 지급하는 원리금 유예를 대주단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주단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때문에 여러 자산을 내놓아야만 2조2000억원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대주단과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최종 결정된 바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