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파랗게 질렸다. 장중 코스닥지수가 8%% 넘게 폭락하며 4년 6개월만에 서브레이커가 발동됐고, 1008개 종목이 하락하며 52주 신저가 종목이 속출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동안 11조원이 증발했다.
◇코스닥 4년 6개월만에 서킷브레이커 발동=12일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6.06%(39.24포인트) 하락한 608.45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하락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7년 8월 16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장중 8% 넘게 폭락하며 작년 2월 10일 종가기준(592.95) 이후 1년만의 최저치인 594.75까지 밀렸다. 장중 코스닥지수가 8% 넘게 빠지며 4년 6개월 만에 서킷브레이커도 발동됐다. 지난 2011년 10월 15일 제도 도입 이후 실제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이번이 7번째다.
코스닥지수가 급락하며 신저가 종목도 속출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1008개 종목(하한가 2개 포함)이 하락 마감했다. 상승한 종목은 113개(상한가 2개 포함)에 불과했다. 22개 종목은 보합 마감했다. 1008개 종목이 하락한 가운데 210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특히 코스닥시장 주도주인 제약업종이 급락한 가운데 시가총액 100위 종목이 동반 하락하며 지수 폭락을 부채질 했다. 이날 제약업종은 10.3%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가운데 빨간불이 켜진 종목은 단 5개에 불과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전날 2500억원을 대량매도한데 이어 이날도 코스닥시장에서 1214억원을 순매도 했다. 이날 지수 급락으로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전날 191조8000억원에서 180조8000억원으로 11조원이나 감소했다.
◇코스닥 ‘패닉’ 왜=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코스닥 급락에 대해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현상 강화라는 트리거가 차익실현 매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연초 이후 코스닥지수는 재차 전고점과 역사적 고점에 진입하며 코스피지수 대비 밸류에이션 부담이 가중됐던 상황”이라며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코스닥은 지난 5일 현재 17.4배로 코스피 대비 38% 프리미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30% 이상 할증돼 있던 상황으로 고점 부근에 있었다”며 “코스피 대비 코스닥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상황이라 밸류에이션 부담이 쌓여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건 가운데 글로벌 정책 공조 기대심리가 약화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됐다. 이 팀장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며 글로벌 증시 전반에서 중소형주 약세가 뚜렷한 상황”이라며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리스크에 민감하고 성장 프리미엄을 받기 때문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며 큰 충격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연초 이후 코스닥 강세를 주도했던 제약업종이 급락하며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심리도 악화됐다.
◇코스닥 반등 언제쯤=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코스닥지수 급락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큰 폭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형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외국인 순매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투자심리도 위축되는 등 증시에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최근 급락에 따라 590~600선 사이에서 반등 시도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시 강세를 보이기엔 밸류에이션 수준이 아직 부담스러워 큰 폭의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조 연구원도 “당분간 코스닥은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며 “많이 빠졌으니 단기적으로 회복도 강하게 일어날 수 있겠지만 변동성에는 유의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코스피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이 팀장은 “코스피 역시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날 코스피는 자동차와 IT 업종이 주가를 방어했지만 글로벌 정책 공조 효과가 약해지고 리스크가 누적되며 단기 충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