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통화정책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시사했다고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간 전례 없는 막대한 통화완화 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빗발치면서 기존의 견해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하루히코 총재는 이날 일본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양적·질적 완화(QQE) 정책에 대해 “통화적 측면의 정책만이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을 즉각 높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과 수요-공급 간의 격차 축소를 통해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2013년 4월 본원통화를 연간 60조~70조 엔 공급하는 양적완화에 돌입할 당시 표명했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낙관론과 대비되는 것이다. 당시 구로다 총재는 양적완화 정책이 물가상승률 목표(2%)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정책”이며 “통화정책만으로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BOJ는 2013년 이후 꾸준히 양적완화 정책 규모를 늘리고 보완했으며 지난달에는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했다. 그러나 BOJ의 예상과 달리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물가상승률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자연스레 구로다 총재의 전략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수에히로 도루 미즈호증권 선임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구로다 총재에게 통화적 측면의 정책 확대로는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면서 “그의 이번 발언은 국채 매입이 한계에 도달한 지금 BOJ가 금리 목표를 다시 정할 것이라는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