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 어쩌다 이 지경까지…‘혁신의 아이콘’에서 몰락한 일본 자존심

입력 2016-02-26 08:37 수정 2016-02-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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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에 허덕이던 104년 전통의 일본 전자업체 샤프가 결국 설립한 지 42년 된 대만 혼하이정밀공업에 넘어가게 됐다.

일본 언론들은 25일 샤프 임시 이사회에서 혼하이가 제시한 7000억 엔(약 7조6631억원) 규모의 지원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된 직후 혼하이 측이“샤프 측으로부터 받은 문서 중 확실히 할 것이 있다”며 “인수 계약을 잠시 보류한다”고 발표해 혼하이에 의한 샤프 인수는 다소 불확실해졌다. 그러나 원래 보도대로 혼하이가 샤프 인수를 결정할 경우 샤프는 일본의 대형 가전업체로서 외국 기업에 넘어가는 첫 사례로 기록되는 오명을 안게 된다.

1912년 설립된 샤프는 샤프펜슬과 계산기, LCD 패널, 카메라폰 등을 세계에서 최초로 개발해 보급시키는 등 혁신적인 기업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혁신성은 있어도 그것을 지속시킬 만한 뒷심이 약한 게 문제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리스크가 큰 LCD를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 시키고, 그것을 개발에서부터 생산까지 일괄하는 ‘수직통합 모델’을 지향했으나 이 모델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회사의 근간이 흔들리게 됐다는 것이다. LCD에 대한 과잉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2011 회계연도부터 대폭 적자로 돌아섰고, 우수한 인재들이 경쟁사로 빠져나갔다. 한때 잘 나가던 백색가전 부문에서도 이렇다 할 히트 상품을 내놓지 못해 기를 펴지 못했다.

2004년 LCD 패널 TV인 아쿠오스가 전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2007 회계연도에는 사상 최대인 1019억 엔의 순이익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시작으로 전세계 소비가 침체됐고, 샤프 역시 그 영향권을 비켜가지 못했다. 한국 중국 기업과 살아남기 위한 제살깎아먹기 가격 경쟁을 벌이면서 실적은 갈수록 악화했다. 특히 LCD 부문에 거액의 투자를 쏟아부은 것이 화근이 돼 2012 회계연도까지 2년간 총 9000억 엔의 손실을 봤다.

2013년 6월 다카하시 고조 현 사장이 취임한 이후 태양광 붐에 힘입어 가까스로 흑자로 전환했으나 역시 LCD 부문이 발목을 잡으면서 2014년도에 다시 2223억 엔의 적자로 돌아섰다. 결국 샤프는 독자적으로 생존이 불가능해졌고, 구명줄을 물색해야 했다.

이같은 샤프의 위기가 혼하이에겐 새로운 기회의 발판이 됐다. 혼하이도 세계 최대의 EMS·ODM(설계·제조 수탁)이지만 앞길이 막막하긴 마찬가지였다. 혼하이는 전자기기 생산 하청으로 성공한 업체다. 그동안은 중국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저가 전략이 먹혔지만 최근에는 인건비 상승으로 이윤이 떨어졌다. 여기다 혼하이는 미국 애플의 스마트폰 수탁 생산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수요가 둔화하고 있어 수익 다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동안 대만 EMS·ODM 기업들은 AV 기기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백색 가전 사업을 우습게 여겼는데,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혼하이가 샤프 인수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IoT가 뜨면서 백색 가전 시장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샤프는 냉장고와 에어컨에서만 2015년도에 160억 엔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 혼하이는 이 경영 자원을 다른 브랜드 기업에 제공하는 것 만으로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혼하이가 샤프 인수로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가전 분야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고 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샤프의 사례에 대해, 한 가지 사업에 대한 집착이 시스템 전체를 흔들었다면서 결국 100여년 전통의 일본 기업이 외국 자본에 의존하는 신세가 됐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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