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을 막고자 하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국회 본회의 의사진행 권한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의장단(국회의장 1명·부의장 2명) 외에 국회 상임위원장단에게 이양될 예정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필리버스터가 나흘째 진행 중인 26일 오후 16개 국회 상임위원회 및 상설특별위원회 위원장들에게 본회의 의사진행 담당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정 의장은 공문에서 “지난 23일부터 의장단만으로 본회의 의사진행을 담당하고 있는 바, 이런 상황이 지속한다면 물리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의장단이 감내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리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며칠 동안 계속될 수 있는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려면 일반적인 본회의와 달리 의사진행을 교대로 담당할 사회자가 추가로 필요하지만 현행 국회법은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며 “각 상임위원장은 오는 27일부터 3월 10일까지 3회 정도 하루 2시간씩 본회의 의사진행을 담당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공문에 따르면 정 의장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상임위원장 4명이 2시간씩 본회의 의사진행을 담당하도록 시간표를 작성했다.
지금까지는 야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동안 정 의장은 1시간30분, 정갑윤·이석현 부의장은 각각 2시간씩 돌아가면서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행 국회법에는 본회의 의사정리 권한은 국회의장에게 부여하고 부의장이 의장 직무대행 권한을 갖도록 하고 있으나, 필리버스터와 같은 예외적 상황에 대한 사회권은 따로 규정돼 있지 않다.
정 의장은 공문에서 “상임위 및 상설 특위 위원장은 본회의에서 직접 선출돼 의정 활동을 책임지는 국회직이므로 국회 의사운영에 있어 광의의 의장단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정의화 국회의장은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의 허리에 무리가 갈 것을 우려해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더민주 신경민 의원이 토론에 나설때 연단옆에 발판을 갖다두도록 사무처 직원에 지시한뒤 “신 의원, 내가 여기 발판을 갖다 놨으니 한번씩 (발을) 바꿔주면 허리에 도움이 됩니다. 장시간 하실거니까”라고 말하며 야당 의원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