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체들이 정부의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분을 차값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국내 대형 로펌이 단체 소송 준비에 착수하면서 향후 소송 전망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은 2일 "법적 대응에 관해 소비자들의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상황을 2~3주 지켜본 후 소송 방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이 공정위 조사를 먼저 지켜보겠다고 밝힌 것은 수입차 업체들이 '표시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을 위반했는지를 판명하는 게 소송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쟁점이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개소세를 환급해줄 것처럼 소비자를 유인해놓고 환급을 제대로 해주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다면 구매자들은 표시광고법 10조에 근거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갖는다.
민법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에는 △실제 피해를 입었는지 여부 △피해를 입었다면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상대방의 고의나 과실이 있었는지를 모두 청구하는 측이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표시광고법은 이 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사업자의 고의나 과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도록 하는 특례규정을 두고 있다. 또 손해액수를 증명하는 데 있어서도 법원이 전체 소송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해 상당한 손해배상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고 있다. 공정위에 의해 표시광고법 위반 사실이 판명된다면 민사소송의 가장 어려운 부분인 '입증책임'에 대한 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되는 셈이다.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61·사법연수원 11기) 변호사는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는 공정위에서 조사하는 측면이 있고, 개소세 인하 혜택을 100% 고객들에게 줬느냐는 문제는 검찰이 들여다 봐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 개소세 인하 혜택을 온전히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면, 형법상 사기죄 조항으로 수입차 업체들을 압박하는 것은 물론, 민사소송에서도 검찰 조사 결과를 중요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소송 형식은 표시광고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사기 혐의가 인정된다면 손해배상 외에 '부당이득 반환'도 함께 청구할 수 있다. 하 변호사는 "단체소송이라는 게 원고 수도 많고, 대형 회사들을 상대해야 해서 소규모 변호사 사무실에서 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사회공헌 차원에서 나설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내수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지난해 시한이 종료된 개소세 인하 혜택을 승용차에 한해 오는 6월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1월부터 2월 2일까지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일제히 개소세를 환급하기 시작했지만, 메르세데스 벤츠가 "개소세 인하분만큼 차 가격을 할인해 판매한 만큼 추가 환급은 없다"고 밝히자 논란이 불거졌다. 이어 BMW, 폭스바겐 역시 자체 프로모션을 진행해 개소세를 별도로 환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