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이버 망명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지난 2014년, 경찰이 집시법 위반으로 정치권 인사를 기소하면서 경찰이 그의 메신저를 검열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같은 해 검찰도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팀’을 신설했습니다.
불안감을 느낀 메신저 사용자들은 대거 해외 메신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른바 1차 사이버 망명이었습니다. 당시 온라인 무대를 해외로 옮겨갔던 이들은 공안사범이나 국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범죄자가 아니었습니다. 사이버 검열에 발빠르게 움직이며 ‘망명’을 주도한 이들 대부분이 어린 학생들이었습니다. 사회적 분위기에, 특히 온라인 환경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요즘 들어 2차 사이버 망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 들립니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테러방지법의 일부 조항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이버 망명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관심은 높아졌지만, 단순한 호기심 때문일 뿐 실제 이용 비율은 낮다는 의미이지요. 이들이 해외 메신저 서비스를 찾는 현상은 심리적인 방어 수단을 찾기 위한 선택입니다. 가입은 폭증하고 있지만 정작 사용 비율은 높지 않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UI(사용자 환경), 낮은 국내 사용자 수 등의 제한 요인 때문에 실생활에서 잘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정작 엉뚱한 곳에서 발생합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면 온라인상에서 갖가지 속어가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미국에서는 온라인 속어보다는 더 빨리 타이핑을 하기 위한 줄임말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반면, 온라인 서비스 이용에 일부 제약이 있는 중국은 어떤 대상을 대신할 수 있는 은어와 속어의 등장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이버 망명이 잦아질수록 후자의 현상을 답습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사이버 망명이라는 일시적 현상이 잠잠해지면 또다른 심리적 방어 수단을 찾게 됩니다. 심리적 방어 수단을 찾지 못한 이들이 자체적인 방어에 나섭니다. 이 과정에서 갖가지 은어 또는 속어가 속출하게 되는 것이지요. 개인정보의 불안을 야기하는 사회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3차 또는 4차 사이버 망명이라고 불리는 일이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마다 정작 망명은 커녕 온라인 검열을 피하기 위한 갖가지 속어만 늘어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