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2050년 환경전망 보고서’에서 물 부족 국가로 평가됐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국민은 여전히 선진국보다 물 씀씀이가 헤프다. 최소한의 원가 상승요인도 반영하지 못한 왜곡된 물값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환경부의 ‘2014년 상수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하루 수돗물 사용량은 2014년 말 기준 280ℓ로 전년보다 2ℓ 감소했다. 하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2ℓ 오히려 증가한 수치다.
1인당 물 사용량은 일본(311ℓ)과 미국(378ℓ)보다는 적었지만, 독일(150ℓ)과 덴마크(188ℓ)를 앞질렀다.
우리나라 1인당 물 사용량이 많은 것은 수도요금이 싼 탓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수도요금이 싼 것이 물을 펑펑 쓰는 주된 요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달에 물값으로 얼마를 지출하고 있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4인 가구) 물값으로 한 달에 1만3662원을 쓰고 있다. 전기요금이 5만원대고, 통신비가 10만원대 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싼 편이다. 물값을 1% 인상한다고 해도 추가 가계 부담은 130원인 셈이다.
2014년 전국 평균 수돗물값은 1㎥당 666.9원으로 덴마크(4157원)의 16%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상수도 요금을 1로 봤을 때 덴마크는 6.2배 비싸고 호주(3503원)는 5.2배, 독일(3355원)은 5.0배, 영국(2543원)은 3.8배, 미국(1540원)은 2.3배나 된다. 일본 역시 1㎥당 1277원으로 우리보다 1.9배 비쌌다.
한국 수도요금은 생산 원가에도 못 미친다. 2014년 생산원가 대비 수도요금의 비율인 현실화율은 전년 대비 1.7%포인트 감소한 76.1%로 나타났다. 수돗물 생산원가가 3.2% 증가했지만, 수도요금은 1% 상승에 그쳤기 때문이다. 농어촌 도시일수록 현실화율이 떨어졌다.
수도요금이 현실화되지 않는 이유는 지방상수도 요금 인상 결정이 지자체장의 정책적인 판단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반대로 선거로 당선된 지자체장들이 요금 인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행정자치부에서 2017년까지 생산원가의 90% 수준으로 수도요금을 현실화하라고 지자체에 지침을 내려보내 인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은 낮은 물값으로 생산원가를 회수하지 못하면 노후 상수도관 교체 등 투자가 지연되고, 수질사고로 이어져 결국 국민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요금 현실화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노후 상수관 교체 등 공급 효율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 값을 생산원가 수준으로 현실화하면 각 가정에서는 물소비를 줄이게 돼 오히려 수도 요금이 절감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돗물 공급자 입장에서는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물값은 팔면 팔수록 손해가 발생하므로 손해를 세금 등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