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갑은 전·현직 의원 간 ‘리턴매치’로 관심을 끌고 있다. 16대부터 19대 총선까지 여야가 각각 2번씩 승리한 지역이다. 새누리당에서는 민선 3·4대 인천 서구청장과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이학재 의원이 3선에 도전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 지역에서 17대 국회의원으로 일하고 인천시 정무부시장을 지내며 송영길 전 인천시장과 호흡을 맞춘 김교흥 전 의원이 나선다.
35만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인천 서구갑은 이번 20대 총선 선거구 조정으로 기존 서구 강화군갑이 서구갑으로 재편된 곳이다. 청라1·2동, 가정1·2·3동, 신현동, 원창동, 석남1·2·3동, 가좌1·2·3·4동이 포함돼 있다. 가정오거리 루원시티, 청라지구 시티타워, 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 7호선 연장, 제3연륙교 조기 건설, 구도심 재개발, SK인천석유화학의 안전 및 환경 위협 해소, 쓰레기 매립지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한 상태다.
새누리당 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 후보는 단수공천을 받아 이번에 세 번째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 후보는 3선 고지를 앞두고 있다. 중진 의원이 되면 정치력에 탄력이 붙게 된다. 20대 국회에 입성해 지역 현안을 풀어나간다면 존재감을 확실히 굳힐 수 있다.
서구갑 지역은 15·16·17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를 거두며 야세(野勢)가 강한 지역으로 꼽혀왔지만, 18·19대 총선에서 이 후보가 당선되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지금은 여세(與勢)가 강하다고 할 정도로 지역 패권이 이동했다. 얼마 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서구 중앙시장을 방문하면서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승부를 예단할 수는 없다. 젊은층의 유입이 늘어난 청라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학재 ‘3선’ 김교흥 ‘부활’ 노려…벌써 세 번째 대결=“물가가 너무 비싸요.” “힘없는 사람들 잘살게 해주세요.” 15일 서구갑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거북시장과 강남시장을 찾았다. 상인들은 하나같이 주머니 사정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쌀쌀한 날씨에 어울리는 말들이었다. 후보들은 시장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손을 내밀었다. 반찬가게 주인은 “장사가 너무 안 된다”면서도 “라면 끓여 먹을 때 먹으면 맛있다”며 김치를 포장해주기도 했다. 도넛가게 주인은 도넛을, 닭강정가게 주인은 피로해소제를, 과일가게 주인은 따뜻한 차를 건네기도 했다.
“4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약이 똑같아.” “우리를 위해 해준 게 뭐가 있어.” 후보들의 악수를 거절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일부 상인은 “저리 가”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후보들은 이 같은 반응에도 굴하지 않고 불편 불만 사항을 구체적으로 물어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후보 모두 정치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서구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구도심개발이다. 서구는 인천에서 가장 큰 면적을 자랑하지만, 낙후한 지역이 많은 곳이다. 그동안 불편했던 교통 문제는 오는 7월에 개통 예정인 인천지하철 2호선으로 그나마 해소될 전망이나 10년간 방치된 가정동 루원시티 개발 사업과 쓰레기 매립지 문제는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경인고속도로 일반화도로 사업도 진척이 없어 주민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태다. 여기에 SK인천석유화학의 환경 위협 해소 등 풀어야 할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 후보는 힘 있는 여당 후보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후보는 “지역 현안 관련 사업들을 대통령 공약에 포함해 다시 추진하고 있다”며 “서구 구도심을 인천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구의 대형 프로젝트는 인천 경제에도 보탬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행정 경험을 토대로 한 추진력을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인천시정을 2년 가까이 했고 또 국회의원으로서 서구 지역에서 활동했다”며 “현안을 풀어갈 해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분위기와 관련 “체감상 나쁘지 않다”며 20대 국회 입성을 기대했다.
◇ 루원시티, 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 등 구도심 재개발 숙제 많아=서구갑은 인천에서 현안이 가장 많은 선거구다. 그만큼 정책 공방도 치열하다. 최근 김 후보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저는 인천시 정무부시장 시절에도 대체 매립지 확보를 위해 인천발전연구원에 대체 매립지 확보를 위한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신도와 시도를 대체 후보지로 잠정 결정,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2013년 2월, 인천발전연구원이 관련 연구용역에 착수했지만, 결국 임기를 마칠 때까지 대체 매립지는커녕 그 대체 매립지 용역 결과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정무부시장 재임 당시 대체 매립지 조성을 위해 신도 주민 50%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는 김 후보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이들은 각종 현안과 관련해 다른 입장을 드러내며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