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당신들의 연금저축

입력 2016-03-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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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준 금융시장부 기자

보험산업만큼 ‘정보 비대칭’이 극명한 곳도 드물 것이다. 보험약관은 깨알 같은 글씨에 난해한 용어로 채워져 있다. 보험 광고 또한 중요 정보를 빨리 읽어 내려가는 성우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보험사나 설계사는 판매 상품의 구조나 장·단점을 훤히 알고 있는데, 가입자는 몇 번이고 쉬운 말로 설명을 듣고 나서야 어떤 상품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이런 ‘정보 비대칭’이 심한 곳에선 불완전 판매의 유혹이 도사리기 쉽다.

연금저축보험의 높은 해지율이 보험사의 불완전 판매 때문이라는 것을 최근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됐다. 전체 생명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5년간 유지율은 59.5%, 7년간 유지율은 57.7%에 불과했다. 손해보험사는 각각 57.3%, 49%를 기록했다. 가입자 절반가량이 5년 넘어 중도해지를 해 원금손실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연금저축보험은 통상 7년 이상은 계약을 유지해야 원금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절반에 달하는 중도해지자에게 연금저축은 ‘남들만을 위한’ 노후보장 상품일 뿐이다.

보험 설계사들은 연금저축보험처럼 장기보험을 판매할수록 더 많은 판매 수수료를 얻는다. 이 때문에 상품 유의 사항을 세세히 설명하기보다, 우선 팔고보자는 식의 불완전 판매 유인이 더 강하다. 이 과정에서 일종의 연금저축보험의 단점인 중도해지 시 세금폭탄(16.5% 기타소득세), 초기수익률 마이너스(-) 등은 가입자에게 덜 전달된다.

금융당국도 계약유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세액공제 혜택을 늘리거나 판매 수수료를 낮추는 등의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보험사의 불완전 판매구조를 뜯어고치는 일이 시급하다. 설계사의 상품 설명 의무를 보다 강화하고, 이를 어길 시 엄격한 제재를 가하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연금저축이 진정 ‘나와 내 가족을 위한’ 노후보장 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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