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지난 한해 경제성장률(GDP)이나 가계소득보다도 더 빨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총량은 물론이거니와 가계소득증가 방안 등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빚을 의미하는 가계신용은 지난해 1206조9798억원을 기록해 직전년도보다 11.2% 급증했다. 이는 2006년 11.8% 이후 9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반면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558조5916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4.9% 증가에 그쳤다. 2012년 3.4% 증가 이후 3년연속 증가세이긴 하나 가계부채 증가세를 따라가진 못했다.
이에 따라 GDP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전년보다 4.4%포인트 증가한 77.4%를 기록했다. 이는 한은이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최대치다. 증가폭 역시 2006년 3.8%포인트 이후 가장 높았다.
이같은 증가세는 2014년 이후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등 부동산규제를 완화한데다 한은도 네 번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규제 완화조치가 지난해 일몰되지 않고 연장된 때문이다. 부동산규제 완화로 2014년부터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또 금리인하에 따른 저금리로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주택 실수요도 늘었다.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투기적 요인도 있었다”며 “여기에 베이비붐 세대 은퇴로 자영업자가 늘면서 주담대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증가속도·소비위축 우려..대출심사 강화하고 일자리창출 등 대책시급
전문가들은 가계빚이 당장 금융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발전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가계빚이 대부분 주담대이기 때문이다. 실제 예금은행과 주택금융공사 등의 주담대 규모는 지난해말 현재 608조8106억원으로 가계신용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또 빚을 진 부류도 저소득자보다는 중·고소득자가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서다.
다만 가계가 빚에 쪼들리면서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LTV 등을 감안하면 집값이 30% 이상 급락하지 않는 이상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소비지출이 위축될 수 있다”고 전했다.
가계부채 총량은 물론 증가속도도 줄여야 할때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미 양적·질적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변동금리대출을 고정금리로 변환하는 안심전환대출을 실시했고, 올해부터 대출심사도 강화했다. 또 주택연금정책도 펴고 있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부동산과 건설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겠지만 LTV와 DTI 완화를 조절하고 집단대출도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계소득을 늘리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안동현 교수는 “최근 가계소득은 늘어날 수 없는 구조에 빠져 있다. 기존 근로자들의 소득이 늘고 있지 않는데다 실업률도 높아지고 있어서다”며 “경제의 방점을 성장률을 높이는 방향이 아닌 일자리를 창출하고 근로소득을 높이는 쪽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