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혼하이정밀공업이 우여곡절 끝에 104년 전통의 일본 전자업체 샤프를 품에 안았다. 당초 제시액에서 1000억 엔을 깎아 3888억 엔에 샤프의 경영권을 넘겨받고 최대 4년 안에 경영을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그러나 LCD 사업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실패해 경영 위기에 빠졌던 샤프가 LCD 사업에 초점을 맞춰 회생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또한 지난해에도 대규모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되는 등 혼하이가 짊어진 부담도 만만치 않다.
2일(현지시간) 일본 언론에 따르면 샤프와 혼하이는 이날 일본 사카이 시에 LCD 패널 생산 업체에서 만나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이후 궈타이밍 혼하이 회장과 다카하시 고조 샤프 사장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샤프의 경영 정상화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궈 회장은 성명에서 “샤프 재건 방향은 명확하다. 샤프의 기술을 신속하게, 원가 경쟁력도 높여 제품화할 수 있도록, 글로벌 소비자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2~4년 안에 경영을 정상화하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샤프의 다카하시 사장은 “혼하이와의 전략적 제휴로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 좋은 제품을 세계로 전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10년, 100년에 걸쳐 요구되는 새로운 가치를 계속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궈 회장은 이번 계약에 따른 샤프 인력 구조조정설에 대해선 “일본에서는 현재 직원들이 모두 남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일본 국내 고용을 유지할 방침을 표명했다. 지금까지는 40세 이하 직원의 고용만 보장하겠다고 못박았으나 이를 직원 전체로 수정한 것이다.
혼하이는 지난달 31일 샤프를 인수하겠다는 보증금으로 1000억 엔을 샤프 측에 지불한 상태다. 궈 회장은 이 자금을 LCD 등 디스플레이 사업에 먼저 투입할 것이라며 앞으로 샤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사했다. 그는 샤프가 자랑하는 절전형 패널 ‘IGZO’를 높이 평가하는 한편 스마트폰 등에 사용하는 차세대 패널인 유기EL패널 양산도 목표로 하지만 IGZO의 성능을 높이는 데에도 집중하겠다는 의향을 나타냈다.
혼하이는 샤프에 대한 출자액을 10월 5일까지 모두 지불할 계획이라며 계약이 파기되는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다카하시 사장은 이번 혼하이와의 인수 계약을 끝으로 물러난다. 혼하이는 이달 안에 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자사의 대정오(戴正呉) 부총재를 샤프의 경영진으로 파견할 방침이다.
이로써 1개월 넘게 끌어온 혼하이의 샤프 인수극은 막을 내린다. 하지만 혼하이와 샤프는 이제 한고비를 넘겼을 뿐이라는 평가다. 지난달 끝난 2015 회계연도에 샤프의 실적은 예상보다 크게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경영 리스크도 크다. 샤프는 2015 회계연도에 1700억 엔의 영업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당초 100억 엔 흑자를 볼 것으로 전망했으나 액정 패널 부문의 부진으로 상황이 악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