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카카오는 지금 행복할까

입력 2016-04-06 11:06 수정 2016-04-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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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유미 산업부 차장

2006년 설립, 2010년 카카오톡 출시 이후 7개월 만에 가입자 200만명 돌파, 2014년 다음과 합병, 2016년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대기업집단 편입….

지난 10년간 카카오가 승승장구하며 성장해 온 발자취다.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지 10년 만에 인터넷기업 최초로 자산 5조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어찌보면 축하할 일이다. 물론 65개 집단 중 턱걸이로, 꼴찌로 대기업에 합류했지만 말이다. 업계 1위 네이버도 제친 셈이다. 네이버는 해외자산을 합치면 5조원이 넘지만 국내 자산이 4조원대에 그쳐 대기업집단에 들어가지 못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이를 사업으로 연결짓는 과감한 투자 등으로 어느새 IT공룡이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로 카카오는 성장했다. 참 빨리도 달려왔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럴싸하다. 누가 봐도 벤처기업들의 동경의 대상이 될 만하다. 하지만 정작 카카오는 심기가 불편하다. 카카오가 다윗이라면, 자산 규모의 70배가 넘는 삼성이라는 거대한 골리앗과 같은 대접을 받는 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이는 결국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8년째 ‘자산 5조원’에 머물고 있는 탓이다.

게다가 벤처기업의 동경의 대상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반면교사 대상이 되고 있다. 대기업으로 지정되면 30여개에 달하는 온갖 규제 대상이 되는 반면, 중소기업 지원책은 모조리 사라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중소기업 종업원수 기준인 300명이 넘으면 이유없이 권고사직을 감행하거나 매출액 기준을 넘지 않도록 조작하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이 생겨나겠는가. 부러움을 한몸에 받아야 할 카카오가 오히려 이 같은 대접을 받아야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카카오 자체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45개 계열사 간 상호출자는 물론 신규 순환출자도 금지된다. 특히 대기업집단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계열사 간 채무보증도 안 되다 보니 투자를 위한 차입 방법도 어려워졌다. 사실 카카오는 이미 짧은 기간 동안 과감한 투자로 몸집을 불렸지만 재무 상황은 썩 좋지 않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884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감소, 당기순이익은 772억원으로 45% 줄어드는 등 실적이 반토막났다. 부채비율 규모가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지난해 2배가 올랐다. 10개가 넘는 자회사들은 줄줄이 손실을 내고 있다.

카카오가 미국에서 꽃을 피웠으면 훨씬 행복했을 것이다. 적어도 문어발 확장이라는 쓴소리도 듣지 않을 것이며, 더 활기차게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도 준비했을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했다. 심지어 100여 개가 넘는 사업을 벌이고 있는 구글을 문어발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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