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스러운 실패한 쿠데타”, “(정치적) 자폭”
"탄핵·김여사 특검 등 일거 제압 목적 포석"
채상병건 격노설 이후 판단력 흐렸다는 분석도
한동훈 대표·친한계와 갈등도 배경으로 지목
윤석열 대통령이 ‘2시간 천하’로 끝난 사상 초유 계엄 선포에 나선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정치적 자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명분과 준비가 허술한 상태로 진행된 ‘실패한 쿠데타’가 스스로를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 넣었다는 분석이다.
김건희 여사 특검과 탄핵 정국, 예산안 삭감 등 야권의 공세를 일거에 뒤집기 위해 윤 대통령이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친한계와의 갈등이 심화된 점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권을 저지하려는 의도도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4일 본지가 정치 평론가와 학계 등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스스로 정치적 생명을 끊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나름 합리적인 판단이긴 하겠지만 지금 그렇다면 명분과 준비가 철저하게 되어 있어야 할 텐데 전혀 그런 게 없었다”며 “너무 당황스러운 실패한 쿠테타”라고 분석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정치적) 자폭이다. 얼마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얘기가 국회의원들로부터 나왔다”며 “아직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심의 향배는 윤석열 정권에 대해 종료를 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정치적인 자충수”라며 “사실상 윤석열 정권의 종말”이라고 말했다.
계엄 선포 과정에서 ‘반국가 세력’을 강조한 것을 두고 야권이 국정을 마비시키려 하는데 정상적으로 돌릴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야권의 예산안 삭감, 김건희 여사 특검 등 다방면의 공격을 일거에 제압해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평가다.
엄 교수는 “안보실에 있는 분들이 가스라이팅을 한 게 아닌가 생각을 했는데 안보실에서도 몰랐다는 걸 보면 진짜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윤 대통령이 계속 권력을 쥐고 가려면 희생양이 필요하다”며 “야권에 대해 반국가 세력이라고 얘기한 건 딱 써먹기 좋은 통상적인 레토릭”이라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포고령에서) 야당이라고 이야기를 못하니 종북 세력이 어떻고 얘기한 것이지만 결국 야당을 제압하려고 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대통령이 국정에 완전히 주도권을 쥐려고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상 계엄 선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격노하며 선포를 밀어 붙였다는 얘기가 나온 것과 관련해서는 국무회의 당시 ‘격노설’이 나올 때부터 예견된 일이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정치권에는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해 화를 냈다는 격노설이 퍼진 바 있다.
박 평론가는 “(윤 대통령의) 판단력이 계속 흐렸다. 취임 이후부터 야당 대표를 한번도 만나지 않고 야당에 대해 소위 범죄행위라고 얘기했다”며 “검찰이면 가능하다 대통령이면 안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평론가는 “국무위원들이 한 두 명은 반대할 수 있겠지만 그냥 하라면 하라는 대로 그냥 따라갔을 거라고 본다”며 “대통령이 화를 참지 못한다는 얘기가 예전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친한계의 갈등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거란 평가도 나왔다.
박 평론가는 “집권당도 뜻대로 안 되니까 야당을 완전히 제압을 하고 제압한 김에 한동훈 대표를 끌어 내리겠다는 의지가 발동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윤 대통령)탄핵도 막고 김건희 여사 탄핵도 막고 이재명 대표를 끌어내리면서 국회를 대통령의 힘으로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