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회의에 참석 중인 존 케리 국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오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피폭지였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방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를 했다. 이에 일본 정부가 “역사적인 날”이라며 의미를 부여했고 미국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영국 프랑스 등 G7 외무장관들과 함께 피폭 당시의 참상을 전하는 원폭 자료관을 참관하고 나서 위령비 앞에 나란히 선 채 헌화하고 묵념했다. 미국 국무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한 것이다. 케리 장관은 이어 당초 일정에도 없던 ‘원폭 돔’도 방문했다. 원폭 돔은 일본 2차대전 패전의 상징물로 미국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이에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평화공원 방문 직전 “역사적인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방문 후에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기운을 다시 고조시키기 위한 역사적 걸음”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세계 지도자들이 피폭의 실정을 접하는 것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기운을 높이는 데 극도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핵무기 없는 세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취임 이후 세게 핵 비확산을 주창하며 내건 슬로건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차 오는 5월 일본을 방문한다. 일본 정부는 케리 장관에 이어 오바마 대통령 히로시마 방문을 성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케리 장관은 이날 헌화식에서 공식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는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로 피해를 입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일본이 ‘원폭의 피해자’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G7 회의에 앞서 케리 장관의 히로시마 평화공원 방문 가능성을 놓고 아시아 국가에서는 케리 장관의 방문으로 전범국가인 일본이 피폭 피해국으로 비춰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를 의식한듯 케리 장관의 일본 방문 일정을 수행한 정부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히로시마 평화공원 방문이 미국이 원폭 투하한 과거의 일에 사과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케리 장관도 평화공원 방문에 앞서 “과거를 다시 논의하고, 스러져간 이들을 예우하지만 이번 방문은 과거에 대한 것이 아니다”며 “이것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