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증권금융회사의 사채발행한도 폐지를 4년째 모르는 체하고 있는 것도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꼽히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2009~2011년 운영한 ‘규제개혁 추진계획’에서 상법 개정 결과를 반영해 증권사의 사채발행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법무부가 회사의 사채발행한도를 제한하는 것은 재원 조달 자율성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여전히 증권사의 사채발행한도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상법 개정 법률안은 지난 2011년 3월 11일 국회를 통과했고 2012년 4월 15일 시행됐다. 개정 이전의 상법 제470조에서는 ‘회사의 사채 총액은 순자산의 4배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했지만 지금은 폐기됐다. 그러나 금융위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증권사의 사채발행한도를 개정하지 않았다.
자본시장법 제329조에서는 ‘증권금융회사는 자본금과 준비금의 합계액의 20배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고 제한하고 있다. 금융위는 상법이 개정되자 해당 법령 앞에 붙었던 문구인 ‘상법 제470조에도 불구하고’만 삭제했을 뿐이다.
상법 제470조의 폐지로 일반회사는 제한 없이 사채를 발행하지만 증권사만 일반회사가 받지 않는 규제를 받는 모순된 상황이다. 더욱이 금융위는 지난 2012년 이후에는 규제개혁 추진계획에서 해당 사항을 검토하지도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는 증권시장의 자금공급 업무를 맡고 있어 상법 개정 이전에도 일반회사보다 사채발행한도가 높았다”며 “상법 폐지로 일반회사는 사채발행한도 제한이 없는데 증권사만 유지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금융위 감사 보고서에서 “증권사의 사채발행한도를 폐지하라”고 통보했지만 이는 여전히 실행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가 금융투자사업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뒤 해당 사업자에게 다시 이 사실을 보고받는 것도 불필요한 규제로 꼽힌다.
감사원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은 2013년 5월 29일 조건부 매도 증권 예탁의무 위반으로 금융위로부터 250만원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았다. 이 증권사는 같은 해 6월 4일 금융위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은 공문을 그대도 첨부해 금융당국에 다시 보고했다. 불필요한 보고 업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금융위가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보고의무 규제를 폐지하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는 금융위로부터 받은 과태료 부과 공문의 사본을 다시 금융위에 보내는 웃지 못할 업무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은 “행정의 신뢰성만 떨어뜨리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그림자 규제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2014년 3월부터 6월까지 모범규준, 행정지도, 협회 내규 등으로 제한하는 그림자 규제 1956건을 목록화했다. 하지만 이 중 극히 일부만 공개하고 있고 나머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림자 규제가 어떤 방식으로 개선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금융소비자의 의견 반영도 제한적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