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가스 시스템 조작 스캔들로 위기에 놓인 독일 폭스바겐이 주력 시장인 유럽을 포기할 기세다. 폭스바겐은 미국과 합의한 환매 조치를 유럽에서는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28일(현지시간) 본사가 있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가진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불법 자동차 환매와 보상 등 미국과 합의한 사항을 유럽에도 적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미국 당국과 논의했던 점들을 다른 지역에는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유럽 각국 정부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에서 환매 요구가 나오고 있고 소비자 불만이 강해질 것이 뻔한 상황이지만 폭스바겐은 이런 방침을 강행할 태세다. 문제의 차량은 유럽에서 850만대에 달한다. 이는 세계 전체의 약 80%, 미국의 약 17배에 달한다.
신문은 폭스바겐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 건, 만일 유럽에서 환매를 실시하면 회사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뮐러 CEO는 “우리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중심으로 한 리콜로 대응하고 있다”며 “주행 성능과 연비에 영향을 미치는 결점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폭스바겐의 지난 1분기 글로벌 자동차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한 251만대로 그 중 서구시장에서는 3.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시장 평균에 못미치는 수치다.
폭스바겐은 유럽 대신 중국에 주목하고 있다. 기자회견 내내 험악한 표정을 지었던 뮐러 CEO는 중국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한순간 풀어졌다고 신문은 묘사했다. 그는 “1984년 진출한 이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며 “중국에서는 불법 디젤 차량을 판매하지 않았다. 지난 1분기 중국 판매는 전년보다 6.4% 증가한 96만대로 스캔들 영향이 미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 중국 법인의 요헤임 하이츠만 CEO는 지난 24일 베이징모터쇼 개막식 전야제에서 “중국에서 2500만명의 고객이 우리를 신뢰하고 있다”며 “올해 현지 합작법인에 43억 유로(약 5조5600억원)를 투자하고 오는 2020년까지 3만명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