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집행간부회의 당부말씀 이례적 공개 “왜?”

입력 2016-05-0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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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부총재보 사실상 질타..한은 최소한의 권한도 내팽기치는 것은 아닌지

한국은행이 2일 이주열(사진) 총재의 월요 집행간부회의시 당부말씀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 총재 언급의 골자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에 참여해 관계기관과 추진 방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 주기 바란다는 것과 대외발언을 할때는 관계기관이나 일반국민의 오해가 유발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지난달말 윤면식 부총재보의 언급을 질타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공개는 사실상 이 총재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 총재는 그간 이투데이와 한은 출입기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사실상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 한은이 할 수 있는 조치는 하겠다고 언급해왔다. 정부정책에 사실상 동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한은이 반기를 드는 것처럼 비친데 따른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지난달 24일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참석해 구조조정과 관련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달 26일 퇴근길에 만나서는 한은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출자하느냐는 질문에 “나중에”라고 말해 사실상 국책은행 지원을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윤면식 부총재보는 전달 2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표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기업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국책은행의 자금 확충이 필요하다면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며 “한은 발권력 동원은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공감대 형성 등 정당한 절차를 거친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두 야당이 쌍수(?)를 들고 환영 논평을 내놓은바 있다.

당시도 이 총재는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박하는게 아니라 이야기는 하기로 했으니 이야기해야 한다”며 해명성 언급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공개는 논란의 여지가 커 보인다. 국책은행 출자를 비롯한 각종 지원방안을 앞두고 한은 발권력동원 논란등 다양한 이슈가 불거지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나온 것 이어서다. 또, 최소한의 한은 권리도 권력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모습을 스스로 연출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그렇잖아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재임시절 “척하면 척”등 정부 입김에 한은 독립성을 힘없이 내줬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총재는 재임 2년간 금리인하를 연거푸 해온 것은 물론, 금융중개지원대출 증액, 주택금융공사 출자, 주금공 주택저당증권(MBS)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대상증권 지정 등 정부정책에 적극 동조해왔다.

앞서 지난달말 박승 전 한은 총재와 이성태 전 한은 총재는 ‘한국판 양적완화’에 따른 한은 발권력 동원을 정면 비판하고 나선바 있다. 특히 이성태 전 한은 총재는 지난달 27일 이투데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구조조정에 발권력동원은 국가운용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한은 노동조합(노조)도 지난달 29일 “한국적 양적완화는 관치금융”이라면서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는 논평을 내놓은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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