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부실이 늘어나 대손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손익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이 농협금융의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회장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이 금융권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김 회장은 “조선·해운 등 5대 취약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쓰나미급 산업 재편이 예상된다”며 “국내 금융기관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농협이 심사, 감리, 산업분석 기능 강화 등 사전 대응 노력 잘 해왔으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취임 후 1년간 시스템, 제도 정비, 조직 효율성 제고 등 취약 부문을 보완하고 미래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심사·감리·산업분석 등 전반적인 리스크관리 인프라를 정교화했다. 외부 전문가 7명을 충원해 지주회사 내에 산업분석팀을 신설했다. 분석대상 업종도 24개에서 143개로 70배 늘렸다.
더불어 조기경보시스템·편중여신 한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농협은행의 기업 여신 평가 시스템 우위 요소를 비은행 계열사로 확대했다. 은행 신용감리부 인력은 2014년 30명에서 2015년 45명으로 늘렸다. 현재 은행 신용감리부에는 52명이 근무 중이다.
은행과 증권은 기업투자금융(CIB) 협업체계를 구축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날 김 회장은 저조한 1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농협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은 올 1분기 순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64.2% 감소했다. 창명해운 1944억원, STX조선 413억원, 현대상선 247억원 등에서 쌓은 3328억원의 대손충당금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 회장은 “다른 금융사는 수장 교체기에 빅배스를 하지만 농협은 제때 하지 못했다”며 충당금 폭탄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2·3분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다”면서 “빅배스 등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해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빅배스’는 경영진 교체 등의 시기에 잠재 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회계기법이다.
부실채권을 정리하면 순익이 줄어 배당금이 축소 주주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그러나 김 회장은 “1대 주주인 농협중앙회의 이사회도 (부실채권 정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현재 조선·해운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이 진행 중이어서 시기나 방법 등은 좀 더 토론하고 연구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외형 성장이 아닌 내실 경영으로 전환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영업점 업적평가를 물량에서 손익 위주로 바꾸고, 은행의 핵심 수수료 사업인 펀드 방카슈랑스 등을 강화해 비이자이익을 늘릴 방침이다.
또한 감리 역량을 높이고, 기업 여신 관리체계 정비 등 부실 진입을 사전에 방지한다. 대기업RM센터는 6개에서 4개로 줄인다.
조직·인력 운영 효율화 작업도 추진한다. 본부의 관리기능 통폐합하고, 수익기반·미래 먹거리 창출을 확대한다. 영업본부는 현장 지원과 마케팅 기능을 확대하는 것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영업점포 50개, 자동화기기 300대 이상도 감축한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 조직·인력 운용 개선을 위해 조직진단, 적정인력 산정, 인사교류 기준 마련 등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 회장은 올해를 농협 글로벌화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공소그룹과 손잡고 융자리스, 손해보험, 인터넷 소액대출 회사, 소비 금융 회사 등 합작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12월에는 농협캐피탈과 LS엠트론의 합작 법인이 미국에 세워진다고 밝혔다.
성과주의 도입과 관련해서는 계열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은행을 중심으로 적극 도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