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위원장은 이날 퇴임을 한달여 앞두고 가진 합동 기자간담회에서 금산분리 원칙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자원은 유한하며 심지어 세계 최대 강국 미국도 매년 경상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특히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자원의 합리적인 배분에 의해 경제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어서 “현재 100대 기업의 잉여금은 약 360조에 달하고 있는데, 이러한 자금을 필요한 부문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동의가 이뤄진다면 산업자본의 금융 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금융산업은 하나의 서비스 산업으로 ‘돈, 사람, 인프라’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자본확충 없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것이 윤 위원장의 시각이다.
윤 위원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전세계로 수출을 하고 있는 것처럼 금융도 전세계를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할 때가 왔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확충을 통한 대형화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또 “현재 7개 시중은행 중 외국인 지분이 50%가 넘지 않는 곳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이 유일하다”며 “그러나 국내 산업자본은 역차별로 인해 현실적으로 우리금융을 인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자원배분의 문제뿐만 아니라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 차원에서라도 금산분리 원칙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처럼 금산분리 원칙이 타이트한 나라는 없다. 글로벌 스탠다드 등을 감안해서 총체적인 방안이 나와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자본이 금융에 투입될 때 ‘사금고화’ 등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금융자본이 하루아침에 육성되지 않는데 국내에 축적된 자본을 대못질해서 쓰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다”며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에 대한 일방적인 지배는 은행법 등 각종 법에 제한이 돼 있으며, 감독당국의 감독을 통해서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또 국민연금이 우리금융, 외환은행 등을 전략적으로 인수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윤 위원장은 “국민연금이 주식쪽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환영한다”며 “그러나 국민연금이 재무적 투자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로 나서 경영권 행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경영권을 행사하는 문제는 금융관련 법령상 국민연금의 법적 실체가 어떻게 되는지, 공적자금 회수와 관련된 은행의 처리방안, 은행의 소유구조를 어떻게 가져가야할 것인지 등 종합적인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며 재무적 투자자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국민연금도 자원배분 차원에서 봐야 한다”며 “국민연금은 현재 규모가 200조 넘는데 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는 운용기관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 같은 전문성, 독립성이 아직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특정 은행을 소유하게 됐을 때 누가 경영을 할 것이며, 전문성과 경쟁력이 확보될 것인지 의문”이라며 “또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은행을 소유할 경우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윤 위원장은 또 증권사 신규진입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증권사의 수가 너무 많아 과당경쟁이라는 지적도 있고 진입 제한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나지 않는 측면도 있다”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는 등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증권사 신규진입을 둘러싼 혼선이 해소될 전망이다. 금감원 전홍렬 부원장은 지난달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증권사)신규 진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반면 금감위 윤용로 부위원장은 “용역결과를 보고 판단할 문제”라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해법을 얘기한 것과는 달리 경제논리로 풀어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윤 위원장은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에 대해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경제 논리로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